전기·수소 힘으로 하늘 나는 항공기, 어디까지 왔나[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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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바람이 항공업계에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탄소 제로’ ‘탄소 중립’ 열풍에 맞춰 항공업계는 이른바 ‘친환경 항공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온 자동차 업계가 전기와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차를 만들어 낸 것처럼요.

현재 항공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40년 항공기 운항의 증가로 항공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친환경 자동차와 선박, 버스, 산업계의 탄소 저감 공법 등이 널리 상용화되면, 항공업계가 배출하는 탄소의 비중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항공업계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을 지금 보다 7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말 가능한 목표냐며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항공업계가 플라스틱 줄이기, 연료 효율성을 높인 신형 항공기 도입 등으로 탄소 감축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낮추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전기나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항공기를 만들거나, 화석 연료가 아닌 지속 가능한 대체 연료를 써야만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친환경 항공기 개발이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친환경 항공기 개발 트렌드와 현계 등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전기 항공기의 한계


의 전기 항공기
의 전기 항공기
전기 항공기로 대표되는 친환경 항공기 개발의 역사는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스에서 ‘라 프랑스’ 라는 전기 동력 기반 비행 물체를 만든 기록이 있는데요. 하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친환경 항공기 개발이 시작된 건 아닙니다.

당시엔 내연 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이동수단이 성장하는 시대였습니다. 돈도 안 되고 개발도 어려운 전기 항공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1950년대에 가서야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다시 전기항공기 개발이 고개를 듭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글라이더 형태의 비행기가 개발되면서, 친환경 항공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1880년대나 1950년대나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죠. 전기나 태양이 비행기를 띄우기엔 힘도 부족했고, 태양이 없는 밤에는 비행이 불가능했죠. 태양열이나 전기를 저장해서 이를 재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에너지 저장 기술이 떨어지는 등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리튬이온배터리, 즉 오늘날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태양 에너지 보다 수명도 오래가고 힘도 좋아진 배터리가 등장한 겁니다. 무거운 물체를 오래, 그리고 멀리 날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ANTARES 20E’라는 항공기는 글라이더 방식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항공기였는데 3000m 고도를 날 수 있었고, 전기 추진 방식 항공기로는 최초로 감항인증(비행에 적합한 안전성과 신뢰성, 기술 등을 갖췄다는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알프스 산맥을 넘은 전기 항공기, 48시간 연속 비행을 한 전기 항공기 등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기 항공기들이 탄생 합니다. ‘Solar Impulse’라는 항공기는 24시간 사람을 태운 ‘유인 비행’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SOLAR IMPURSE
SOLAR IMPURSE


사실 전기 항공기는 전기 자동차의 발전과 함께 해왔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자연스럽게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항공기도 발전을 한 거죠. 그런데 자동차와 항공기는 무게와 크기, 주행 환경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결론부터 말을 하면 현존하는 배터리 기술은 자동차를 이동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항공기를 날리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NASA의 전기 항공기 X57
NASA의 전기 항공기 X57


현 시점에서 5인 미만의 승객을 태운 전기 항공기는 상용화가 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기 배터리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큰 항공기를 띄우기에는 힘이 부족합니다. 전기 배터리를 수백, 수천 개 이어 붙이면 힘을 이겨낼 순 있겠지만, 배터리 무게를 항공기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수명도 문제고 배터리 처리 방식도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 항공사들도 단거리 소형 전기 항공기 도입 정도를 계획하고 있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단거리 노선에 소형 전기 화물기를 띄우겠다는 발표를 한 정도입니다.

물론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리튬 황과 연료전지(뒤에 설명하겠습니다)를 사용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중대형 항공기를 이차 전지 등으로 날리는 건 가능합니다. 스웨덴에서는 19인승으로 400km를 운항할 수 있는 기재가 2026년 쯤 상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발전이 된다고 해도, 정부나 항공 당국의 감항인증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숙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행기를 과연 항공사들이 얼마나 도입할지도 의문이죠. 경제성의 문제도 남습니다.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 전지 항공기


이에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엔진과 전기 모터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여객기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항공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친환경성을 강화한 기존 엔진으로 비행을 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전기 동력으로 모터나 비행기 유지 장치 등을 돌리는 겁니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어느 정도 크기의 여객기를 멀리 또 오래 날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시에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기도 하니 탄소 배출을 크게 저감할 수도 있습니다.

에어버스 수소 항공기 컨셉트 ‘제로E’
에어버스 수소 항공기 컨셉트 ‘제로E’


또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 항공기 개발도 한창입니다. 수소 항공기는 수소 자동차와 원리가 비슷한데요. 수소가 연료 전지를 지나면서 산소와 만나게 되면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의 일부가 전기로 바뀌면서 배터리를 거쳐 구동 모터를 돌리는 원리입니다. 전기 배터리보다 힘도 좋고, 무게도 덜 나가다보니 중대형 항공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실제로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한 소형 항공기는 상용화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수소를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로 비행기에 싣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보다 같은 크기의 저장 탱크에 700~800배 정도 더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세계 수소 자동차 개발 및 판매 1위인 현대자동차도 하늘을 나는 ‘플라잉 카’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소 연료전지 항공기도 한계가 있습니다. 리튬 배터리보다야 가볍지만, 이를 항공기에 장착했을 땐 기존 항공기보다 여전히 무겁다는 겁니다. 수소 연료 전지를 사용하면 비행기 앞뒤에 배터리를 장착해야 해서 기존의 여객기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항공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역시 감항인증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가 결국 대안이다?



전기와 수소 항공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여러 한계들은 극복이 되겠지요. 장점도 뚜렷합니다. 기존 항공기들 보다 조용하고, 부품이 적게 들어가다 보니 유지비(고정비)가 적게 들어갑니다. 유류비도 절감되고 탄소 배출량도 적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비행기를 띄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에 기존 엔진은 그대로 쓰되 연료를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자는 건데요. 친환경 항공기 개발과 별개로 아예 연료 자체를 탄소 배출이 적은 바이오 연료로 쓰자는 겁니다.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인 바이오 연료는 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 사탕수수, 농업 및 산업 폐기물 등에서 뽑아낸 대체 연료입니다.

바이오 연료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항공사들은 바이오연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한(10% 바이오, 90% 화석연료 등) 항공유로 비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바이오연료 비중을 100%까지 늘릴 수 있느냐 입니다. 최근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2030년 까지 100%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기를 상용화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된다면 중장거리 여객기를 띄우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기존 항공기에 연료만 바꾸면 되는 것이기에 감항인증도 충분히 통화할 수 있을 겁니다. 승객들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고요.

오늘날 항공업계의 친환경 항공기 트렌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기 항공기는 200~400km 단거리 비행에 적합하며, 단거리 여행이나 도심간 전기 화물기 시장, 소형 항공기 등에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중거리 비행은 수소연료전지 및 하이브리드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장거리는 바이오 연료를 통한 기존 항공기 활용이 현재로서는 대안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전기 자동차도 수 없는 진화와 개발을 통해서 상용화를 이뤄냈습니다. 기술과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보기 좋게 날리면서 말이죠. 친환경 항공기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언제나 그랬듯 인류는 친환경 항공기의 한계도 뛰어 넘을 것이라 믿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친환경 항공기 제작을 미국과 유럽, 중국이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한화,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 등이 친환경 항공기 및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사업에 뛰어든 상태지만, 오랜 항공기 제작 역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따라잡으려면 더 힘을 내야 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친환경 항공기 시장은 큰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입니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친환경 항공기 제작 및 친환경 항공기 기술 개발, 친환경 항공기 부품 시장 진출 등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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