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단체에 고소당하는 스타트업… 이용자 목소리도 들어보길”

지민구 기자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29 03: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의료-의약-세무 플랫폼 창업자 인터뷰
미용 의료, 세무, 처방 의약품 배달 분야에서 전문가 단체 등과 갈등을 겪고 있는 창업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의실에서 만나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스타트업 플랫폼이 기존 사업자, 전문직 이익단체와 겪는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스타트업과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문직 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치권, 정부 등은 좀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소비자 혼란은 커지고 이해 당사자 갈등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7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의실에서 스타트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을 만났다. 미용의료 정보 제공 플랫폼 ‘강남언니’의 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39), 비대면 진료와 처방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하는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24), 온라인 종합소득세 조회·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출시한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42)가 참석했다. 모두 전문가 시장에 정보기술(IT) 플랫폼으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직능단체 등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인터뷰에는 스타트업 업계 전반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 정미나 정책실장도 함께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올 4월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했기 때문이다. 2009년 처음 창업에 도전했고 자비스앤빌런즈가 세 번째 창업 회사일 정도로 ‘프로 창업자’인 김 대표이지만 경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요기사
세무사 단체는 온라인으로 세금을 조회하고 환급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삼쩜삼’ 등을 두고 “세무사 자격이 없이 세무 대리를 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대표는 “난생 처음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제 진짜 시작’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이해관계자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덤덤하게 심경을 밝혔다. 김 대표 이야기를 듣던 정미나 실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고소, 고발을 당하는 것은 비극적인 현실”이라고 했다.

강남언니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강남언니에 올라오는 일반인의 미용 의료 후기, 가격 정보 제공 서비스를 두고 “불법 의료 광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나우를 향해 대한약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처방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는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 대표는 “미용의료 분야에서 소비자와 전문가(의사)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의사협회 등으로부터 불법 서비스로 불릴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의약 분야에서도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퍼져 있어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갈등 조정에 임해야 할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성진 대표는 “과거 모빌리티, 택시업계의 카풀제도 등을 둘러싼 갈등의 합의 과정을 봐도 일반 국민의 참여는 미미했다. 국회, 정부 등이 실제 이용자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분쟁, 규제 이슈에 부딪힌 이들 스타트업은 향후 수사, 재판 결과나 입법 여부에 따라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면서 VCNC의 ‘타다’는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 대표는 “이슈가 불거지면 ‘싸움 벌어졌구나’ 해서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면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대표는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을 설득하는 건 결국 스타트업의 몫”이라며 “관계자분들을 만나 플랫폼 독점 우려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결국 우리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전문직 단체#고소#스타트업#창업자 인터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