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연립주택, 공시가 1년새 2배 ↑… 이의 신청건수 최고치 찍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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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가 짙은 안갯속에 묻혀있다. 2021.3.28 © News1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가 짙은 안갯속에 묻혀있다. 2021.3.28 © News1
올해 서울 서초구 아파트 136채의 공시가격이 최근 실거래 가격보다 높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를 시세의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공시가가 워낙 빠른 속도로 올라 정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제주도에선 같은 단지인데도 동이나 호수에 따라 공시가 급등하거나 하락한 사례가 잇따랐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주택 보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일 마감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실거래가보다 비싼 공시가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 공개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증을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가 최근 거래 가격을 뛰어넘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초동 A 아파트(전용면적 80㎡)는 지난해 10월 12억6000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공시가는 거래 가격의 1.2배인 15억3800만 원이었다. 방배동 D 아파트(전용 261㎡)의 공시가는 13억6000만 원으로 지난해 10월 거래 가격(10억7300만 원)보다 약 3억 원 비쌌다.

서초구가 조사한 공동주택 4284채 중 136채의 공시가가 어처럼 최근 거래 가격을 웃돌았다. 공시가가 최근 거래 가격의 90%를 넘은 주택은 208채로 조사 대상의 4.8%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끌어올릴 목표를 세웠지만, 공시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 실거래가를 이미 추월했다. 서초구는 공시가 상승 속도가 정부의 현실화 계획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초구에서 현실화율이 90%는 넘는 주택은 없다”며 서초구의 재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특정 실거래가와 공시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정 시세’는 다르다는 것. 연말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공시가에는 실거래 이후 시세 변동폭이 반영된다. 적정 시세와 크게 동떨어진 실거래가는 공시가 산정 시 아예 제외하거나 보정을 거친다.

● 1년새 공시가 2배 이상 오른 단지도

공시가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오른 사례도 있었다. 서초동 한 연립주택(전용 94㎡)의 공시가는 지난해 4억7700만 원에서 올해 11억28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올해 공시가가 서초구 평균 상승률(13.5%)의 3배 넘게 오른 주택이 3101채였다. 대부분이 거래가 드문 다세대와 연립 등 서민 주택이었다.

오랫동안 거래가 뜸하다 지난해 이전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팔린 사례가 나오면서 공시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이전 공시가격이 워낙 낮아 생긴 것으로 산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소재 13층짜리 아파트에선 1·4호 라인의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6.8~7.4% 오른 반면 2·3호 라인 공시가는 오히려 11~11.5% 하락했다. 제주도는 이를 엉터리 공시가격 사례라고 꼽았지만 국토부는 “평수가 달라 생긴 차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이 아파트 1·4호 라인은 33평대로 지난해 실거래가와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시세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52평대인 2·3호 라인은 하락했다.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펜션 등 숙박시설 11채를 공동주택으로 보고 공시가를 산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국토부는 “11채 모두 건축물대장, 재산세 과세대상 주택으로 공시가 산정대상”이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공시가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는 물론 보험료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는 납세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공시가격 오류가 적지 않다며 국토부에 “공시가 산정 근거를 공개하고 공시가 급등 사례는 전면 재조사하고, 공시가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 공시가격 이의신청건수 ‘역대급’

이날 마감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의견 제출 건수는 아직 집계 전이지만 역대 가장 많았던 2007년(5만6355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공시가가 전국 평균 19% 넘게 오르면서 반발 여론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공시가 의견 제출 건수는 2018년 1290건에서 2019년 2만8735건, 지난해 3만7410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달 15일 공시가 공개 이후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공시가가 너무 높다는 집단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등 5개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지난달 23일 국토부 등에 공시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노원구 ‘하계우성아파트’ 등 강북 단지 주민들도 공시가를 낮춰달라며 집단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시가가 70% 넘게 오른 세종시에선 주민 불만이 커지자 시장이 직접 국토부에 공시가 조정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공시가 의견을 심의해 이달 29일 공시가를 확정한다. 이후 1개월간 이의 신청을 받아 그 사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공시가를 조정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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