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장사 잘했지만 충당금 쌓아 당기순이익 ―17%

  • 동아일보

상반기 국내은행 순익 6조9000억
이자+非이자 이익 줄지 않았지만 코로나 부실 대비 충당금 1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 상반기(1∼6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조5000억 원(약 17%) 감소했다. 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은행들이 대출 부실을 우려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쌓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0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4000억 원)보다 1조5000억 원(약 17%) 감소했다.

이익이 쪼그라든 것은 아니었다. 이자이익은 20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조3389억 원)와 비슷했다. 비이자이익은 3조6000억 원으로 오히려 3000억 원(약 7%) 늘었다. 유가증권 관련 상품과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기본적인 장사는 잘했는데도 성적표가 달라진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았다.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충당금 전입액은 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 원(약 150%) 늘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은행 건전성을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노력해달라”며 은행권에 요청했었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로 순이자 마진(NIM)이 역대 최저 수준인데도 이익이 줄지 않은 것을 두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 은행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대출 연체율이 6월 0.33%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연체율 산정에서 대출금·이자 납입이 유예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추가 연장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개인들의 이상 신호를 잡아낼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대출 만기연장 지원액은 48조6000억 원, 이자상환 유예 규모는 439억 원이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국내은행#당기순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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