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정책 구멍 숭숭… ‘부부 공동소유’ 세금 더 낼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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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논란]임대주택 과세, 땜질 이틀만에 또 혼란
부부 공동소유에 개인기준 과세… 양도세 특례 ‘사각지대’ 자초
12·16대책, 주택가격 기준 놓고 혼선… 7·10땐 ‘일시적 2주택’ 취득세 번복

9일 정부가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를 부부 공동 소유 주택에도 적용할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이어지게 됐다. 부동산 대책에서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 논란이 벌어지는 일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는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데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는 가구별 합산이 원칙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의 경우 일반 납세자보다 더 광범위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규정하다 보니 다른 부동산 세금처럼 가구별 고려 없이 거주자, 즉 개인을 기준으로 부과해 타 세금과의 형평성 논란이 벌어졌다.

올해 1월 발표된 2019년도 국세통계 연감에 따르면 부부간 증여는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3907건에 이른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 가운데 공동 소유 주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청 주택소유 통계를 감안할 때 이 중 상당수는 부부가 주택을 공동 소유하기 위한 증여로 추정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 논란이 계속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10부동산대책에서 취득세율을 대폭 올리기로 한 대책이 대표적이다. 이날 대책에서 양도세율과 취득세율이 모두 대폭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이 다른 가족, 친지에게 주택을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2일 증여 취득세율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시적 2주택자에게까지 과도한 취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대책 나흘 뒤인 14일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6·17대책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방침과 관련해 해당 주택을 민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을 경우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책 다음 날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또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며 해당 지역 청약 당첨자의 잔금대출이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7·10대책을 발표하며 이전 기준을 적용해 잔금대출을 해주겠다고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12·16대책도 마찬가지다. 당시 유례없이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규모에 차등을 두면서 이것이 실거래가 기준인지, 시세 기준인지, 시세 기준이라면 어느 기관의 시세가 기준인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또 정비사업 조합원에 대한 대출도 새로운 규정에 따라 제한하기로 했다 이주가 임박한 조합원의 경우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책 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목적에만 지나치게 몰두해 부동산이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 특히 세제는 한번 바꾸면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납세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최근 정책은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당연히 거쳐야 할 다양한 토론과 논의 과정은 생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부동산#졸속정책#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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