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폐암치료제 시장 지각변동 예고…‘기술료는 얼마나’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5일 15시 22분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에 대한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성과를 올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글로벌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젠오스코가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로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약물 후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한양행은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50억원)를 지급받고, 개발 및 상업화까지 단계별 마일스톤(기술이전료)으로 최대 12억500만 달러(1조3255억원)를 받는다. 레이저티닙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3805억원)를 챙길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나 해외 벤처기업에 기술을 수출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유한양행도 신약개발의 리스크와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고 신약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글로벌 임상3상을 추진하는 대신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세계 최초로 3세대 비소세포폐암 신약 타그리소를 내놓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타그리소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타그리소와 같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 치료에 쓰이는 레이저티닙도 임상에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9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한 레이저티닙에 대한 임상 1상 결과와 2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병이 낫는 환자를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64%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경쟁하게 되면 폐암 환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약가가 인하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얀센의 폐암 및 항암제 연구개발 전문성을 고려할 때 얀센은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유한양행은 양사간 협업을 통해 폐암으로부터 고통 받는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한양행이 1조4000억원이라는 초대형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연구개발 및 상용화의 진행단계에 따라 전체 계약 규모 중 얼마를 받을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후보물질이 임상 1상부터 최종 제품 승인까지 성공할 확률은 9.6%다. 상용화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앞서 레이저티닙과 같은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로 대형 기술수출 계약 성과를 일궈낸 한미약품도 지난해 기존에 맺은 기술수출 계약 중 일부가 해지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7월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베링거인겔하임에 8500억원(약 7억3000만달러) 규모로 ‘올무티니(한국명:올리타)’를 수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9월 임상시험에서 올리타는 심각한 피부 독성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등 논란이 됐고, 베링거인겔하임은 임상 중단·권리 반환을 결정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발주자들과의 경쟁 심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화이자(다코티닙), 중국 항저우 ACEA 파마슈티컬 리서치(아비티닙), 노바티스(나자티닙) 등이 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유한양행으로서는 향후 시장 공략이 녹록치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기존에 체결한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될 때마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제약업의 특성이 부각된다“면서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투자를 하지 않으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기술수출 성과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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