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 글로벌화 나선 팩컴코리아
인쇄물 기획부터 배송까지 원스톱… 지난해 상반기 누적수출 3억 달러
“인쇄, 비즈니스 아닌 감성 공유”
팩컴코리아㈜ 생산 제품.
한국은 인쇄문화의 종주국으로 불린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기록상 최고 금속활자 인쇄물인 상정고금예문 등으로 대표되는 유구한 인쇄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쇄산업의 입지 자체가 위축되면서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도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을 안타까워하는 기업이 있다. 한국 인쇄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인쇄문화의 위상까지도 함께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가진 팩컴코리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팩컴코리아는 이러한 전통과 창의성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고객의 가치를 최고의 인쇄술로 극대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팩컴코리아 김경수 대표는 “고객의 꿈과 희망을 열정적 도전으로 창조함으로써 인류 사회문화 발전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개별 업체로서 매출 증대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업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고민을 품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 전환 시급”
팩컴코리아㈜의 제본 공정 사진. 김 대표는 “인쇄산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한데 이러한 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오히려 오랜 편견과 낮은 인식에 갇혀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전히 인쇄업은 한물간 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변화의 한복판에서 디지털화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점이 가려져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쇄산업은 여느 개별 산업과 달리 다른 산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산업 생태계를 꾸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인쇄산업의 고부가가치를 가장 잘 활용해야 하는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동안 한류 등 콘텐츠 강국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나 영상매체에만 집중하고 있어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 시장에서 인쇄업의 가치는 어떻게 높아질 수 있을까. 대중문화 산업과 이를 소개하는 2차 저작물 시장까지 함께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제품의 포장부터 출판물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는 인쇄업의 가치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영상이나 디지털 기술에만 투자하는 우리와 달리 전반적인 콘텐츠 생태계가 함께 움직이는 점이 특징이다.
인류의 지적유산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인쇄업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는 데다 다양한 산업 분야로 파급효과가 더 커지면서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팩컴코리아㈜가 자랑하는 최신형 양장설비. 그동안 인쇄업 발전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도 지난해 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인쇄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년)’을 세우고 ‘한국인쇄 세계화로 한류 문화 견인’을 비전으로 하는 4대 전략과 추진과제 17개를 발표했다. 4대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친환경·첨단인쇄기술 개발, 인쇄문화산업 인프라 강화, 직지 세계화 및 고인쇄 문화 홍보 등이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총 413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지원의 규모와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을 키우기에는 예산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 정부 스스로도 의식 개선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인쇄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도 부족하다. 국내 인쇄물 시장규모는 세계 11, 12위 정도인데 세계 100대 인쇄기업 중 한국 업체가 전무하다는 사실만 봐도 국가적인 육성정책이 부재하고, 관심 영역에서조차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쇄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김 대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인쇄=출판’이라고 생각하고 혹자는 인쇄를 출판에 종속된 분야로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철강으로 자동차도 제조하는 것처럼 출판물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인쇄업이라는 설명이다.
“지금 일반인조차 인쇄와 출판을 헷갈려 하고 인쇄와 출판을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국내 인쇄산업이 제대로 부흥하려면 우선적으로 인쇄를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인쇄문화 산업 생태계부터 올바르게 구축해야 이를 통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정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사무실 내부.한국 인쇄업 글로벌화를 위한 위대한 여정
팩컴코리아는 한국 인쇄산업의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다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김 대표는 일찍이 글로벌 경영 기조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깊은 바다에 가서 큰 물고기를 잡는 마음”이라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세계시장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수출성과를 높인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수출 전문인력, 기술인력 등 인재 육성에 힘쓰는 한편 품질시스템 및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마케팅 및 시장개척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수상 실적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자본금 1억 원으로 창업 5년 만에 2500만 달러를 수출해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총 누적수출 3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업계 전체를 놓고 봐서도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인쇄산업도 충분히 수출산업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팩컴코리아만의 강점은 원스톱 통합 프린팅 시스템(One Stop Total Printing System)이다. 인쇄물의 기획, 디자인, 아웃소싱, 사전 인쇄(Prepress), 인쇄, 제본과 후가공을 거쳐 포장 및 배송에 이르기까지 인쇄물 제작의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인쇄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한곳에서’ 진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팩컴은 해외 현지법인 및 세계 주요 지역에 영업마케팅 조직을 갖추고 색상 표준화 시스템, 품질관리 시스템, 디지털 프린팅 시스템, 포장배송 시스템, 기술개발 연구소 등 통합 서비스 체계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공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뛰어난 품질경쟁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표현이 바로 ‘팩컴이 만들면 명품이다’라는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소비자 중심 마인드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도 정평이 나있다. 또 국제표준을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국제인증(Inno-Biz, ISO9001, ISO14001, FSC CoC, G7, SQP, ICTI) 을 다수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을 위한 조건들을 이미 갖춰놓았다.
인쇄업 활성화 목표로 전력투구
팩컴코리아는 다품종 소량 생산과 주문제작 수요가 다변화하는 트렌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쇄의 모든 것(All about printing)’을 모토로 인쇄 분야에 관한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특히 상업인쇄물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수주산업인 인쇄업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제품으로 실현하여 생산하는지가 관건이다. 수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보면 그 기업의 제품생산 능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 이점에서 팩컴코리아는 세계 유수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해 명품 인쇄물을 생산한다.
현재 세계 최고 명품회사의 카탈로그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카탈로그, 세계적 유통회사의 홍보물, 세계 최대 출판사의 아동용 서적 및 아동서적과 놀이 제품이 결합된 책자, 세계 최대 기독교 출판사의 기독교 교육자료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인쇄물을 생산하고 있다.
팩컴코리아는 앞으로 포장인쇄 분야에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포장인쇄물은 다양한 산업,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현재 주력분야를 뛰어 넘어 회사가 세계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위해 공장, 설비 등 필요한 부분의 준비를 구상 중이다.
발 빠른 판단과 전략을 통해 세계 최고의 그래픽 산업(Graphic Industry) 선도자가 된다는 뜻도 확고하다. 지난해 총 4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팩컴코리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더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인쇄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고객의 감성을 공유하는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고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휴머니즘에 기초한 가치와 문화 창조의 한길로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팩컴코리아 대표 인터뷰▼ “국가 전략 산업화 통한 인쇄업 육성 필요”
국내 인쇄업의 대표 강자 팩컴코리아를 이끄는 김경수 대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관점을 넘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와 고민을 던진다. 인류의 지혜를 담고 전달하는 기술로서 인쇄산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예외 없이 인쇄업 강국이 콘텐츠 강국이기도 하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인쇄문화 종주국으로서 기록문화의 강국이었으나 근대 이후 이러한 면모를 잃어버렸으니 안타까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가 만든 회사의 경영철학 역시 남다르다. 그는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경의 창조성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하고, 고객의 가치를 최고의 인쇄술로 극대화하며, 구성원의 능력과 복지 향상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열정, 창조, 도전, 사랑을 핵심 가치로 하여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매출이나 성과가 아니라 인쇄문화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도 외면하지 않고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연합회 수석부회장, 경기도경제단체협의회 이사, 경기도수출중소기업 협의회 회장, 성남상공회의소 경영인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것도 그의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인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것도 이 역시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인쇄산업의 현주소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낮은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프라와 여건까지 위축된 상태다.
“수출 전문 인력의 부족, 기술 인력의 노령화, 내수 위주의 영업과 과도한 가격 경쟁 등은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는 수주산업의 한계(갑을 관계의 심화), 영세성, 기술개발 부족, 해외 마케팅 부족, 경쟁국(중국) 인쇄산업의 발전 등 때문에 국내 인쇄업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수출산업으로서의 인쇄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을 개선하여 인쇄업은 별도의 최저임금체계를 적용하는 것도 산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라고 제언했다.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전문인력 양성, 기술 개발, 마케팅 활동 등 부족한 분야에 힘써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는 인쇄업에 국가 전략 산업화를 통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한 정책으로는 해외시장 개척 지원, 인재육성 지원, 친환경 기업 지원, 수출기업 인센티브, 국가 마케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인쇄산업 발전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기업인으로서 더 이상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는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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