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오토바이, 커서는 렌터카로 ‘보험사기 갈아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금감원, 보험사기 793건 30명 적발
오토바이로 신호위반 차 충돌 16세, 사고 9건 유발 1600만원 챙기다 성인 돼 면허딴 뒤 렌터카로 눈돌려
접촉사고 25건에 1억5200만원
1인 평균 26건 7700만원 가로채

올해 23세인 A 씨가 처음 보험사기를 저지른 건 16세이던 2010년 9월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대구시내를 달리다가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를 고의로 들이받았다. 보험금 300만 원과 합의금 70만 원을 받아냈다. 재미를 본 그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후진 중인 차량, 주유소 진입 차량 등과 9차례 접촉사고를 일으켜 총 1600만 원을 챙겼다.

성인이 된 A 씨는 더 대담해졌다. 운전면허증을 딴 뒤 오토바이 대신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 챙길 수 있는 렌터카를 빌려 같은 수법을 써먹었다. 2016년 10월 A 씨는 청소년 때와 마찬가지로 신호위반 차량과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내 보험금 1800만 원, 합의금 500만 원을 챙겼다. 첫 ‘사기 수입’의 6배가 넘는 규모다. 김태호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바늘도둑’이었던 청소년이 성인이 돼 ‘소도둑’이 된 꼴”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2010∼2016년 오토바이와 렌터카 사고로 청년층(19∼27세)에게 지급된 보험금과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 내용을 분석해 보험사기 혐의자 30명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793건의 사기 행각을 벌여 약 23억 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1인당 평균 26건, 7700만 원꼴이다.

30명 가운데 렌터카로 고의 사고를 낸 17명은 모두 오토바이로 사기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이 중 12명은 A 씨처럼 청소년 시절부터 보험사기에 뛰어들었다. 금감원은 “어릴 때 오토바이를 이용하며 사기를 저지른 이들은 성인이 된 뒤 렌터카를 사기에 이용해 더 비싼 보험금을 노리는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렌터카는 오토바이에 비해 피해액이 높게 산정된다. 오토바이에서 렌터카로 범죄 수법을 바꾼 17명의 경우 보험금, 합의금 등으로 받아 챙긴 돈이 평균 건당 24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A 씨도 청소년 때 보험사기로 챙겼던 금액의 10배에 가까운 총 1억5200만 원을 성인이 된 뒤 손에 쥐었다.

지인이나 선후배와 공모해 렌터카에 함께 탄 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는 수법도 있었다. B 씨(20)는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8건의 고의 사고를 내고 8900만 원을 챙겼다. 그는 청소년일 때 오토바이로 13건, 1700만 원의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성인이 된 뒤에는 렌터카에 지인 2, 3명을 태워 이들의 합의금까지 받아냈다. 동승자는 과실에 관계없이 손해액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렌터카가 보험사기에 쉽게 이용되는 것은 보험할증료 등의 피해를 렌터카 업체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이용해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사기를 벌인 사례도 적발됐다. 24건의 보험사기로 1억2900만 원을 챙긴 C 씨는 지인 7명과 함께 각각 3, 4명씩 두 대의 렌터카에 나눠 타고 고의 사고를 유발해 합의금 1000만 원을 보험사로부터 받아냈다.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793건 중 오토바이를 이용한 사기가 318건, 렌터카는 475건이었다. 범죄 차량이 바뀌어도 수법은 비슷했다. 차로 변경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오토바이 120건, 렌터카 101건 등 총 2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108건), 후진 차량(80건) 등이 보험사기꾼의 주요 먹잇감이 됐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30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네 차례 이상 반복해서 동승한 6명도 함께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김태호 팀장은 “오토바이나 렌터카와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주저 말고 금감원이나 보험회사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보험사기#렌터카#오토바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