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얼씬도 하지마”… 과자 포장지에 천연 물질 입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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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곡나방 유충
화랑곡나방 유충
최근 과자 초콜릿 등 아이들이 즐겨 먹는 식품에서 벌레나 그 유충이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제과업체 오리온은 최근 국화과 식물인 제충국에서 추출한 천연 살충제 성분을 제품 포장지에 입히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제충국에는 벌레들이 기피하는 살충 성분이 포함돼 있다. 화학 살충제를 쓰면 효과가 훨씬 좋지만 인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꽃에서 추출한 천연 살충 성분을 대신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에 일부 시중 판매 제품 포장지에 이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체들에 제품 속에서 발견된 벌레는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특히 한 번 벌레가 발견되기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식품 이물질 신고를 접수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 가운데 벌레(432건)로 인한 것이 가장 많았다. 벌레 종류 중에선 화랑곡나방 유충이 67%로 가장 많았다.

쌀 항아리 등에 자주 나타나는 화랑곡나방 유충은 곡식류를 주로 먹는 해충이다. 세계적인 제과업체들도 화랑곡나방에는 속수무책이다. 화랑곡나방 유충은 비닐 포장지는 물론이고 컵라면 용기까지 뚫을 정도로 강력한 이빨을 갖고 있다. 제조단계가 아니라 유통단계 중 어디에서 벌레가 들어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식품업체들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에서 해충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포장지를 뚫고 들어가는 해충을 일일이 어떻게 다 막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화랑곡나방 문제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고 있지 않다.

비슷한 이슈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이 있는 농심도 천연 성분을 활용한 해충 퇴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과 과자 포장지에 천연 물질을 적용해 방충 효과 등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방충 성능과 안전성 등이 확보되면 실제 제품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는 살충 성분이 없는 천연 물질 기피제를 일부 제품에 적용했다. 이중 포장 등 포장을 두껍게 하는 방식도 쓰고 있다.

문제는 비용과 안전성이다. 식품업계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면서 비용 부담이 적은 방법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장지 개선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화랑곡나방 등 해충 문제는 전 세계 식품업체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과자#포장지#벌레#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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