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줄어든 서울, 전세시장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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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분기(10∼12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이주와 가을철 이사 수요가 겹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서울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5321채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8531채)보다 38% 줄어든 규모다. 최근 5년간 4분기 기준으로 2014년(3566채) 다음으로 적다. 게다가 임대아파트 물량을 제외한 일반 입주물량은 2409채에 불과해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적다.

반면 수요는 ‘역대 최고’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서울에서 재건축 및 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는 4만8000여 채에 달한다. 특히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사업 속도를 내면서 전체 이주 수요의 40%가량인 2만여 채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집중됐다. 서초구의 무지개 아파트(1100여 채)와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2800여 채), 강동구 둔촌주공(5900여 채) 등은 이미 이주를 시작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전세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의 경우 둔촌주공 이주 여파로 최근 전세금이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의 전세금은 8·2대책 발표 이후 매주 0.06∼0.22% 올랐다. 개포주공이 있는 강남구 역시 9월 첫째 주 0.02%였던 전세금 상승률이 둘째 주 0.12%로 커졌다. 송파와 강동구 역시 9월 둘째 주 전세금 상승 폭이 전주에 비해 0.02%포인트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전체 전세금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8월 마지막 주 0.01%였던 서울지역 전세금 상승률은 9월 둘째 주 0.04%로 높아진 상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 이주 수요에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서 9월 들어 서울지역 전세금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세시장 불안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 팀장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지역 역시 서대문, 동대문, 성북구 등의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많은 데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매매보다는 전세 거래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서울 전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개포1단지, 잠실5단지 등 내년까지 대단지 이주가 계속 예정돼 있어 강남지역 전세금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입주물량이 몰린 수도권으로 서울 전세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입주 물량은 6만3664채로 전년 동기(3만348채)의 2배가 넘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최근에는 수도권 광역 교통망이 발달돼 있어 서울 전세 수요가 경기 등으로 많이 분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장 전세금이 오를 수는 있지만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초 푸르지오 써밋’ ‘마네스타시티 힐스테이트 서리풀’ 등 최근 1000채가량 입주물량이 공급된 서초구는 꾸준히 전세금이 떨어지는 추세다. 박 위원은 “지나치게 많은 입주물량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나타나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전세#부동산#입주#4분기#아파트#입주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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