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週 52시간 초과운전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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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근무 허용’ 업종 대폭 축소 추진

사실상 ‘무제한 근로’를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근로시간 특례 업종이 현재 26개에서 10개로 대폭 줄어들어 버스운전사, 집배원 등의 근로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특례 업종이 줄어드는 것은 1961년 첫 지정 이후 56년 만이다. 그러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려 영세 소상공인들이 ‘이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 56년 만의 근로시간 특례 축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1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현재 26개인 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10개로 줄이는 데 잠정 합의했다. 근로시간 특례란 노사가 합의하면 일반 근로자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소위는 이날 2015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 때 합의한 대로 우편업과 음식점 및 주점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특례를 유지하기로 한 육상운송업에서 노선버스업을 별도로 분리해 특례 폐지 업종에 포함할 계획이다.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졸음운전을 한 광역급행버스 운전사가 최근 경부고속도로에서 대형 추돌사고를 일으킨 데 따른 조치다. 노선버스 외에 택시나 택배운전 등은 근로시간을 강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특례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버스운전사는 월평균 235.7시간 근무해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168.2시간·고용노동부 집계)보다 67.5시간이나 많지만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자동차노조연맹 관계자는 “특례에서 제외되면 월평균 근로시간이 195∼205시간으로 감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버스운전사는 9만2000명에 이른다.

소위는 현재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안(주당 최대 근로시간 68→52시간)과 특례 업종 폐지를 8월 국회에서 같이 논의할 예정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8월 21∼25일 소위를 잇달아 열어 두 안건에 대한 일괄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안건이 동시에 통과되면 특례 폐지 업종의 근로자들은 주당 최대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환노위는 또 특례 폐지 업종을 더 추가하는 방안도 8월 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여당과 정의당은 26개 업종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중소기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 “특수성 감안하고 사업자 부담 덜어야”

여야가 근로시간 특례 업종 대폭 축소와 근로시간 단축에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특례 업종 조정의 큰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업종들이 특례 업종으로 지정된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현장 상황을 충분히 조사해 사업자 측 부담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례 폐지 업종으로 논의되는 분야들이 대부분 소비자 중심 업종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의와 업무 특성을 검토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폐지 업종 가운데 일부 업종의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바로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 한도를 일정 기간 60시간으로 정하는 등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60시간 한도 부여 업종은 고용부가 현재 107개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소위가 이날 특례 업종 축소 안건을 바로 의결하지 않고 8월 국회로 넘긴 것도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국회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곽도영 기자
#노선버스#근로시간#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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