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바란다면 이곳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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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차산업 관광명소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여름휴가철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그리고 우리 농어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한번 벌여 보자”고 제안했다. 평소 사람으로 들끓는 도심 관광지에 질렸다면 농촌의 특색을 품은 국내 6차산업 명소를 찾는 건 어떨까. 유명한 건축물 대신 물과 바람이 빚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소박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도시보다는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는, 마음이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농촌 휴가지를 소개한다.

○ 열대야 물리쳐줄 야경

충남 예산군 태신목장에선 소와 말, 염소, 양, 돼지 등 2000여 마리의 가축이 어린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말과 낙타를 타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태신목장 제공
충남 예산군 태신목장에선 소와 말, 염소, 양, 돼지 등 2000여 마리의 가축이 어린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말과 낙타를 타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태신목장 제공

전북 완주 완주힐조타운은 비봉면 봉실산에 자리한 허브정원이다. 먹거리가 많으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전천후 휴가지. 이곳의 백미는 동화 ‘어린 왕자’를 테마로 한 불빛정원이다. 정원 곳곳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동화 속 어린 왕자가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여우’빛을 상징하는 서사적 요소와 화려한 볼거리를 가득 담았다. 해가 진 뒤 언덕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과 정원을 가득 채운 허브향을 느끼며 LED 전시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더위를 잊고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허브정원 안에 있는 휴식 공간 휴식해(休食解)에서는 파장수(波長水) 족욕, 수소테라피와 함께 식사까지 포함된 ‘휴식해’만의 테라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인공조명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멋이 있는 달빛으로 밤을 채우는 마을도 있다. 완주에서 차로 1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전북 남원 달오름마을은 자타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지리산 둘레길의 중심에 있어 산과 계곡, 논밭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밤은 이 마을의 묘미를 느끼는 시간이다. 마을 터가 동쪽을 향해 있어 달이 뜨면 정면에 달이 차오르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이 두런두런 모여 둥근 달을 닮은 달떡을 만들 수 있으며 장작불 피우기, 달오름 소원 빌기 등 어둑한 밤에 어울리는 체험들도 제공된다.

낮에는 지난해 농어촌공사가 실시한 농촌체험마을 등급평가에서 전 부문(경관·음식·숙박·체험) 1등급을 받은 이 마을의 가치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마을 특산품인 버섯을 넣은 전골요리, 옛날 수라상에 빠지지 않던 박고지를 활용한 주물럭과 주먹밥 등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땀 흘려 직접 수확한 감자와 옥수수는 입맛을 더욱 돋울 수 있을 것이다.

○ 여름에는 역시 캠핑

경북 칠곡군 송광매원에서는 매실향 가득한 낙동강변에서 캠핑을 하면서 각종 농산물을 수확하고 맛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캠핑장 인근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송광매원 제공
경북 칠곡군 송광매원에서는 매실향 가득한 낙동강변에서 캠핑을 하면서 각종 농산물을 수확하고 맛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캠핑장 인근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송광매원 제공

경북 칠곡군 기산면 죽전리 낙동강변에 위치한 송광매원은 유기농으로 정성스럽게 키운 매실을 이용해 식초, 흑초, 진액 등 여러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영남대 명예교수인 권병탁 박사가 25년간 육종한 순수 토종 매실을 활용했다. 매실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수영장, 샤워시설이 구비된 캠핑장도 운영한다. 매실향 가득한 낙동강변에서 캠핑하며 다양한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맛볼 수 있다. 밤이 되면 멋진 풍경과 더불어 속까지 시원한 폭죽놀이도 진행된다. 특히 송광매원은 지역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캐럴과 연계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이스카웃 체험 교실, 캐럴영어캠프를 비롯해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귀농 체험 및 교육까지 마련돼 있다.

푸른 초원에서 말을 타고, 천막에서 잠이 들던 개척시대의 낭만이 느껴지는 캠핑장도 있다. 국내 최초로 낙농체험목장 인증을 받은 충남 예산 태신목장은 99만 m²(약 30만 평)에 달하는 방대한 땅에서 2000여 마리의 소와 말, 염소, 양, 돼지 등 각종 가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방목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대규모 캠핑장이 조성돼 도심의 답답한 빌딩 숲에서 벗어난 상쾌한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유 짜기 등 일반적인 낙농체험도 있지만 말과 낙타, 마차를 직접 타보는 승마체험과 양몰이쇼 등 동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이곳의 진짜 묘미다. 다만 날씨가 너무 더울 때는 가축 건강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어 사전에 문의하는 게 좋다.

○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경북 청도군 비슬도예원에서 꼬마 손님들이 염색 체험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점토 조형물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도 있다. 비슬도예원 제공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경북 청도군 비슬도예원에서 꼬마 손님들이 염색 체험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점토 조형물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도 있다. 비슬도예원 제공

경북 청도 비슬도예원은 1998년 문을 닫은 각북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도예가로 활동하던 김병열 원장과 의상학을 전공한 아내 이몽숙 씨 부부가 각자의 전공을 살려 제공하는 도자기 만들기와 천연염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2011년 농촌진흥청 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된 비슬도예원에서는 교과서를 연계한 자연학습이 가능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알맞다. 학생들이 직접 천연 점토로 만든 물건은 성형·건조·구이 전문가인 김 원장의 손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져 다시 받아볼 수 있다. 농작물 수확과 다양한 천연소재를 이용해 티셔츠나 가방에 물을 들이는 염색체험 등 세부 프로그램만 20가지가 넘는다. 가족 펜션, 야외 수영장, 전시품 갤러리 그리고 ‘몽’이라는 이름의 농가 맛집이 더해진 이곳에는 문화와 체험, 놀이가 공존하고 있어 좋은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6차산업#관광#여름휴가#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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