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이드라인’에 힘빠지는 P2P 대출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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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개인투자 건당 500만원 제한… 6월 대출액 35% 줄어든 1056억
투자자들 “27.5% 세금도 부담돼”… 원리금 상환 못한 P2P업체 등장

직장인 최모 씨(30)는 최근 P2P(개인 간 거래) 대출투자에 참여하려다 철회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상품에서 부실이 발생해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상품당 500만 원 이상 투자할 수 없고 수익에 27.5%나 세금을 물린다는 점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대안 투자로 각광받던 P2P 대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규제가 생기고 가상화폐 등 새 투자처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일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6월 P2P 대출액은 1056억 원(162곳)으로 집계됐다. 5월(1627억 원)과 비교해 35.1% 감소했다. 1∼5월 월평균 대출액(1327억 원)보다도 줄었다. P2P 대출은 일반인(Peer·투자자)의 돈을 모아 다른 사람(Peer·대출자)한테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달 초 누적 P2P 대출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반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급상승했던 P2P 대출에 급제동이 걸린 건 5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에 대한 개인의 투자 한도를 회사당 최대 1000만 원, 건당 500만 원으로 제한했다.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는 투자자만 회사당 40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일부 P2P 업체의 부실도 투자자들이 외면하게 만든 요인이다. 업체들은 50억 원 미만 소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상가건물, 주택 등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규모가 전체 P2P 대출의 40%를 넘어선다. 그런데 해당 건물들이 공사가 지연·중단되면서 만기 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부동산 PF는 뭉칫돈 투자가 많아 손실도 그만큼 컸다. P2P금융협회는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P2P 대출 업체 3곳을 회원사에서 제명할지를 12일 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투자 대안 상품으로서 가상화폐의 인기가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처를 찾던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비트코인(1코인)은 처음으로 30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212% 급등했다. 이더리움은 한 달 만에 288% 폭등하기도 했다.

P2P 업계는 ‘상위 업체들은 아직 상승세’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한풀 꺾이는 추세에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P2P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대비해 투자 최소 금액은 낮추고 홍보는 강화해 신규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 그래도 투자 상한에 도달한 고객들이 늘면 대출액이 줄어들 것 같긴 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P2P 업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업체들도, 투자자도 큰 수익을 바라고 초기에 너무 많이 몰려 ‘레드오션화’됐다.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해당 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들은 수익보다 시장 파이를 키우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환상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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