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30건 수주”… 본계약은 3건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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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해제 1년’ 성과 따져보니

《 정부는 지난해 5월 이란에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파견했다. 지난해 1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이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떠오르는 지역으로 꼽히면서 정부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정부는 30건의 프로젝트를 사실상 수주했다고 발표했지만 약 1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본계약이 체결된 건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업들은 제대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수출 관련 금융기관들이 제 몫을 못하는 데다 해외 금융사에서도 제대로 자금을 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12일 KOTRA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란 경제사절단 파견 이후 국내 기업들이 이란과 체결한 대형 프로젝트는 3건으로 총 59억3000만 달러(약 6조7602억 원)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이란 국영선사인 이리슬사와 7억 달러 규모의 선박 10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지난해 초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제재가 37년 만에 해제된 이후 이란이 다른 나라와 맺은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다.

이후 한국은 추가로 2건의 대형 수주를 따냈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대림산업이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32억9000만 달러)와 이스파한 정유시설 개선사업(19억4000만 달러)을 각각 수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우리 기업의 수주 규모는 60억 달러 수준”이라며 “상반기(1∼6월) 내에 프로젝트 2, 3건을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주 성과가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기업 38곳, 중소·중견기업 146곳, 공공기관·단체 50곳, 병원 2곳 등 총 236개사가 동행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렸다. 당시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총 30건, 371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해 양해각서(MOU)와 가계약 등을 체결했다”며 “이는 수주가 확실시되는 금액”이라고 발표했다. 큰 소리를 쳤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수주한 금액은 예상치의 16% 수준이다.

기업들은 당장 수주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안조차 막막한 상황이다. 이란에서 발주한 사업 대부분은 수주한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자가 자금 문제까지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본계약을 체결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의 경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공사비의 85%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란 중앙은행과 금융지원 조건 협의가 지연되면서 자금 조달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 차장은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대한 윤곽이 나오기 전에는 양국 정책금융기관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가 1년 이상 늦어지거나 실패하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의 수주로 이란 진출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이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빨리 수주 소식이 예상되는 곳은 가계약 상태인 19억 달러 규모 바흐티아리 댐·수력발전 공사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최근 이스파한 정유공장이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남은 사업장의 수주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올해 안에는 낭보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김재영 기자
#이란#수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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