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비중 86%… 거꾸로가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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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브라우저 분석

올해 초 연말정산 시즌에 직장인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웹브라우저가 작동되는 컴퓨터를 찾아야만 했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IE에서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평소 구글의 ‘크롬’과 네이버 ‘웨일’을 사용하는 대학생 김윤호 씨(27)는 1학기 시작할 무렵 서류행정이 필요할 때엔 IE부터 찾는다. 그가 다니는 대학 수업신청 홈페이지는 IE를 이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자주 찾는 예비군, 한국장학재단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 역시 지난해까지 IE에서만 작동했다. 최근엔 이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다른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더라도 보안 프로그램을 쉴 새 없이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은 여전하다. 김 씨는 “업무 용도로 PC를 쓸 때엔 IE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 등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IE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웹 표준 기술 적용도 점차 늦춰지고 있다.

1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 같은 내용의 ‘2016년도 하반기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IE가 차지하는 비율은 85.9%에 달했다. KISA는 지난해 11월 국내 이용자가 많은 쇼핑몰, 이동통신사, 금융사 등 7개 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20억 건의 웹브라우저와 운영체제(OS) 정보를 분석했다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탯카운터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 IE 점유율을 35.7%라고 밝혀 KISA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 역시 IE 글로벌 점유율(9.6%)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열 명 중 한 명꼴에 그친 IE가 국내서는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주요 관공서 등에서 ‘액티브X’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X란 IE에서 인증과 보안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주는 응용도구다. 2015년 2월 정부가 액티브X 의무 사용을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를 선호하는 공공기관, 업체가 많아 국내서 IE가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액티브X 때문에 업무 목적으로 IE를 사용하고, 웹 서핑 등은 구글 크롬이나 네이버 웨일 등을 활용하는 이용 패턴이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KISA는 글로벌 웹 표준으로 자리 잡은 ‘HTML5’에 대한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수용준비도는 54.1%로 전 세계 평균(85.48%)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가 웹 표준 기술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스마트폰 분야에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74.14%로 iOS 점유율 25.65%를 크게 앞질렀다.

한편 이날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SAP코리아는 브라질, 호주 등 세계 13개국 3900여 개 중소기업의 디지털 변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38.5%로 13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디지털 통합을 이뤄 업무 과정에서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응답한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의 3.3%로 조사 국가 중 최하위였다. SAP코리아 측은 “한국 기업이 디지털 변혁에 대한 거시적 로드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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