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무서운 기세로 한국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가 1년 7개월 만에 2,100 선을 탈환한 것도 외국인의 매수세 영향이 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6∼23일 6거래일간 1조121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이한 것은 외국인투자가가 환율과 무관하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가는 외국 기업에 투자할 때 기업의 실적 등에 더해 환차익까지 고려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나중에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꿀 때 이익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은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 A사가 주당 1000원인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똑같더라도 이 주식을 팔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했다면 결과적으로 환전 후 손에 쥐는 달러는 10%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환율은 외국인에게 투자의 중요한 변수로 취급됐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투자 흐름을 보면 ‘환율 하락=외국인 순매수’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달 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중에도 외국인은 선물·현물을 가리지 않고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대로 환율이 오를 때 거꾸로 매수에 나섰다. 이달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79%가 올랐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국내 주식 289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처럼 외국인투자가가 환율과 관계없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환율의 단기 움직임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실적에 대한 외국인투자가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환차익으로 얻는 이익뿐 아니라 기업 실적과 장기적인 전망 등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화에 따라 외국인 자금의 일시 이탈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한국 경제에는 반가운 변화다. 김 센터장은 “배당을 늘리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기업의 투자 매력을 높이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환율과 상관없이 국내 투자를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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