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3.0]올겨울 추위 몰아낼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 동아일보

농심

 너구리는 “오동통통∼ 쫄깃쫄깃∼” CM송을 부르는 광고모델처럼 언제나 젊고 유쾌한 라면이다. 너구리는 특유의 굵고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로 지난 34년간 친근하게 우리 옆에 있어왔다.

 추운 겨울, 따뜻한 국물이 당기는 계절엔 뭐니 뭐니 해도 너구리가 제격 아닐까? 오늘,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국내 최초 해물우동라면. 그런데 왜 ‘너구리’일까?

 너구리는 농심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우동라면 콘셉트로 선보인 제품이다. 당시 농심은 소고기 국물 위주였던 라면시장에서 ‘우동처럼 굵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국물 맛이 시원한 새로운 타입의 라면’을 선보여 다양해진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보자는 의지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막상 개발에 착수했지만, 기존 라면 굵기의 2배 가까이 되면서도 쫄깃하고 잘 익는 면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없는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1982년, 국내 최초 해물우동라면 ‘너구리’를 내놓았다.

 농심이 선보인 너구리는 그 맛도 특이했지만, ‘너구리’라는 제품명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현재까지도 동물 이름으로 된 라면은 너구리가 유일하다. 농심은 왜 제품명을 ‘너구리’라 지었을까? 농심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튀김부스러기를 넣어 조리한 우동을 다누키 우동이라 하는데, 너구리의 일본말과 같다. 또한 행운의 상징으로 음식점 앞에 너구리 인형을 세워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동을 모티브로 한 라면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너구리로 제품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너구리의 또 다른 이름은 RTA라면이다. 왜 그런지는 너구리를 거꾸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너구리의 매력 포인트, 다시마

 너구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통째로 들어있는 큼지막한 다시마다. 당시 소고기 국물 라면이 주를 이루고 있던 시장에서, 해물우동 국물을 콘셉트로 한 만큼, 다시마를 넣는 게 시각적으로나 맛에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판단 했다. 농심은 완도의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다시마를 사용하고 있다.

 다시마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과거 인터넷에는 다시마가 두 개 이상 들어있는 행운을 경험했다는 제보가 종종 있었다. 간밤의 길몽이 복권 당첨이 아닌 다시마가 6장 들어있는 너구리였다는 우스개도 있을 정도다. 라면 제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었지만 얇고 가벼운 다시마 투입만큼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다시마도 자동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재미도 옛 추억이 되었다. 해외에 수출되는 너구리에는 다시마가 없다. 해당 국가의 식품관련 법률상 다시마를 갈아서 넣어야 한다.



30년 넘게 사랑받는 국민 CF

 너구리를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게 이끌어준 일등 공신은 톡톡 튀는 광고가 아닐까?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라는 카피와 ‘오동통통∼ 쫄깃쫄깃∼ 농심 너구리’ CM송은 농심이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너구리의 광고 콘셉트다.

 농심은 너구리 광고모델로 늘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젊은 여자 연예인을 발탁해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갔다. 그동안 너구리 광고 모델을 거쳐 간 연예인은 20명이 넘는데 하희라, 이제니, 장나라, 박신혜부터 최근 백진희와 걸스데이 혜리까지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연예인이었다. 이 때문에 한때는 너구리 광고모델 발탁이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피부 미인이라면 화장품 모델을 거쳐야 했듯 건강 미인들은 너구리 광고모델을 한번쯤 거쳐간 셈이다.

한국 식품의 해외 진출. 너구리가 선두에 서다

 출시 당시부터 몰아친 너구리의 폭발적 인기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너구리는 이내 보따리상에 의해 미국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일본 라면이 독차지하고 있던 미국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구리를 맛본 재미동포들은 고국에 대한 향수와 함께 너구리의 독특한 맛에 매료되어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일본 라면업체는 가격할인 정책은 물론 미역우동, 막장우동, 사천우동 등 한글로 표시된 라면까지 출시하며 대응했지만 너구리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너구리의 인기는 미국 교포들의 한국 식품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일본의 간장, 참기름, 쌀 등을 선호했는데, 너구리 이후 한국산 제품이 이들 일본 제품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가공식품의 대미 수출에 물꼬를 틔우고, 성장의 발판을 너구리가 구축해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너구리는 세계 70여 개 국에서 한 해 300억 원 가까이 판매되며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농심#너구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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