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반기 정부평가 앞두고… 기술금융 中企대출 열올리는 은행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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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따져 中企에 자금지원
당국, 상반기 1위에 90억 인센티브… 꼴찌 은행에는 63억 패널티 물려
실적 경쟁 내몰린 은행들 “대부분 기술금융으로 유도”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 경쟁에 돌입했다. 실적에 따라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과열로 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꼼수 영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기술금융 누적 평가액이 가장 많은 은행은 IBK기업은행(13조9367억 원)이다. 이어 신한은행(9조739억 원), KB국민은행(7조4725억 원), 우리은행(7조679억 원) 등의 순이다.

 2014년 도입된 기술금융은 담보나 실적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기업 대출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개혁 과제의 하나로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 상벌 체계를 도입하면서 은행들의 실적 경쟁이 치열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실적이 우수한 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내는 직전 반기 출연금의 일정 비율을 감면해 준다. 실적이 부진한 은행은 가산금을 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업·신한·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6곳 중에서 기술금융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은행은 약 90억 원(10%)의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꼴찌를 한 농협은 약 63억 원(7%)의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A은행 관계자는 “1, 2등은 인센티브를 받고 4∼6등은 패널티를 무는 식이어서 무조건 3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대출 문의를 하는 중소기업들을 기술금융으로 유도해 실적을 올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단기 대출을 실적으로 올리는 꼼수 영업도 생긴다. 감사원에 따르면 B은행은 지난해 12월 한 기업에 기술금융으로 2억2000만 원을 15일간 대출해주고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심지어 나흘짜리 대출을 해주고 실적으로 인정받은 은행도 있었다.

 실적을 내기 위해 ‘손해 보는 장사’도 감수한다. C은행은 지난해 6월 한 회사에 10만 원을 기술금융으로 대출했다고 실적을 보고했다. 이는 기술금융 평가 수수료(90만 원)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실적을 올려야 하는 은행들의 불만도 크다. 평가체계가 은행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 상위권에 오르기 쉽다. 농협은행의 주거래 고객인 농식품 업종 회사들은 특허 등 기술력을 입증하기 어려워 실적을 내기 어렵다. 농식품 회사들은 정부가 지정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대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보증서를 받아 대출을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기술금융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기술신용평가 모델이 지나치게 제조업 중심이라는 한계도 거론된다.

 기술력이 있는 창업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기술금융의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D은행 관계자는 “공부 못하는 사람의 돈을 뺏어 잘하는 사람에게 몰아주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은행 관계자는 “굳이 패널티를 주려면 연초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은행들에 패널티를 주는 식의 자율적인 독려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감사원 지적사항 등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평가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정부평가#은행#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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