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운업계 히딩크 없나요”… 현대상선 CEO에 외국인 물색

  • 동아일보

채권단, 차기 CEO 인선 착수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선사 출신의 외국인을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해운업황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업 네트워크가 탄탄한 ‘해운업계의 히딩크’를 데려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차기 CEO 인선작업을 위해 조만간 헤드헌팅 업체를 3곳 안팎 선정해 후보군을 탐색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 CEO는 비전과 혁신을 통해 정상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적과 출신 업계를 가리지 않고 적임자를 찾을 계획”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2일 출자전환을 전후해 현대상선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경영진추천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차기 CEO는 이르면 이달 말에 결정된다.

채권단은 우선 ‘현대상선의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배제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백훈 현 대표를 비롯해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이석동 전 대표 등 앞서 현대상선을 이끌었던 인물들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현대상선의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운 전문가는 사실상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출신들밖에 없다”며 “그러나 양대 선사가 2008년 시작된 해운업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누구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관료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자니 ‘제2의 대우조선해양’이 될 우려가 나오고, 교수 등 학자 출신은 영업력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다른 업종의 CEO 출신으로 인선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외국인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상선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2M 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와 2위 스위스 MSC의 전현직 임원을 데려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황을 제대로 읽고 해운동맹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글로벌 선사 출신 CEO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외국인 수장(首長)을 영입한 사례는 국내외에 많았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부도 위기를 맞자 카를로스 곤 전 르노 부사장(현 르노닛산 회장)을 2001년 CEO로 선임해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두산도 2006년 말레이시아 서던뱅크 수석부행장이었던 제임스 비모스키를 CEO 부회장에 선임해 그룹 지주사 전환과 중공업 위주의 사업 재편을 강력히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의 차기 CEO는 구조조정을 지휘할 수 있는 추진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고 해외선사·화주(貨主)들과의 네트워크도 좋은 인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랜 불경기와 짧은 호황기가 반복되는 해운업 특성에 맞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항만 투자 등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이달 중 외부 기관을 선정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설팅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출자전환이 완료되더라도 2018년까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권단은 컨설팅 결과에 따라 조기 흑자 전환 방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에 따른 경영 시나리오 등을 다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상선#ceo#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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