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7개월 끌다가 “합병 불허”… 길 잃은 케이블TV 구조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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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합병 제동

장장 7개월이 넘게 장고해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상을 뒤엎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하는 심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달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사무처의 심사보고서가 받아들여지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이나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승인과 상관없이 M&A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충격에 휩싸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시장 경쟁에 역행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원회의에서 최소한 조건부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 약 2주간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공정위 결정 논란 일 듯

5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텔레콤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경쟁 제한성이 과도한 만큼 합병해서는 안 되며, 주식 매매를 체결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가장 강력한 합병 불허 요인으로 공정위가 삼은 기준은 유료 방송 지역 점유율이다. 합병할 경우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 곳이 CJ헬로비전 전국 23개 권역 가운데 15곳에 이르며 21곳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국 기준으로 점유율을 보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해도 유료 방송 가입자(718만 명)가 KT(817만 명)보다 적다. 점유율 기준을 권역별로 볼 것인지와 전국 기준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합병 찬반 진영이 팽팽히 맞섰는데, 공정위는 권역별 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어느 기준이 합리적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한 사례는 지금까지 8건이 있었지만 기업의 자율 합병을 막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당초 시장은 ‘조건부 승인’을 예상했던 만큼 불허 결정의 충격파는 더욱 컸다.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정치권 및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유료 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공중파 방송의 눈치까지 보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며 “업계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충격과 유감” 업계 후폭풍 거세

SK텔레콤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매우 충격적인 결과이며 유료 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M&A는 과거 지역별로 성행했던 케이블TV의 시대가 저물고 인터넷TV(IPTV)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큰 틀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이번 결과를 놓고 ‘정부가 방송 및 통신시장의 자율적인 구조개편에 급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심사 결과가 확정된다면 결국 국내 유료 방송 시장의 정비와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A 좌초의 또 다른 피해자인 CJ헬로비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경쟁력을 잃어 가는 케이블방송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CJ헬로비전 주가는 전날보다 13.33%나 급락해 SK텔레콤(―1.14%)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매각 대금으로 콘텐츠 사업 강화 등의 신사업전략을 구상했던 CJ그룹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M&A로 활로를 모색하던 케이블TV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매물로 나와 있는 3위 업체 딜라이브의 향방도 미지수가 됐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 제한 조치 우려로 국내 방송통신업계의 M&A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엄격한 독과점 방지의 잣대뿐만 아니라 미디어 업계의 발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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