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M&A 성장전략’ 제동, 그룹 핵심 ICT 궤도 수정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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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SK그룹은 에너지·화학,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3대 성장 축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성장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경영에 복귀한 뒤 속도를 높이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이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SK그룹은 굵직한 M&A를 통해 신사업을 키우며 성장해왔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해 그룹의 숙원이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게 대표적이다. SK는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1994년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사들였다.

최근 들어서도 크고 작은 M&A는 계속되고 있다. 2006년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2007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2014년 바이오랜드(현 SK바이오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에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카셰어링 사업자 쏘카 지분 20%를 사들이기도 했다.

SK는 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kt렌탈 인수전에서 “추가 입찰에 참여하면 인수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과 굵직굵직한 M&A 시도는 SK 사업 전략의 핵심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갑작스러운 몰락)’를 맞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CJ헬로비전 인수 실패를 계기로 SK그룹이 M&A 일변도의 성장전략에서 내부에서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편 SK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M&A 좌절의 후폭풍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SK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은 그룹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데다 계열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스몰 딜(작은 거래)’”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딜은 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을 비롯한 ICT 부문 계열사들은 당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외적 변수로 인한 주력 계열사의 M&A 실패가 현실화하면서 그룹 전체의 M&A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skt#cj헬로비전#인수#최태원#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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