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역대 최장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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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저유가에 단가하락 악재… 수출 주력품목 13개중 9개 뒷걸음

한국 경제가 수출 침체의 수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기 부진에다 저유가, 단가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5월 수출액이 39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한 가운데 13개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석유제품(―27.2%) 반도체(―4.1%) 철강(―4.0%), 자동차부품(―7.1%) 등 핵심 품목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베트남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한 반면 중국, 일본과 저유가로 수요가 침체된 중동, 중남미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대중 수출은 9.1% 줄어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째 감소세다.

5월 일평균 수출액이 18억5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올해 일평균 수출액은 1월 16억2000만 달러에 머물렀지만 2월 18억 달러, 3월 17억9000만 달러, 4월 18억2000만 달러로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회복세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은 “고질적인 수출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수출 부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수출 부진의 여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 흑자는 33억7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3월 이후 사상 최장인 50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그 규모는 2014년 1월(18억7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다. 3월(100억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4월(77억3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56% 줄었다.

특히 4월에는 수입보다 수출의 감소 폭이 더 커져 2014년 11월부터 이어진 ‘불황형 흑자’ 구조가 깨졌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앞으로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경상수지 흑자 폭은 점차 줄어들고 향후 원화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로 넉 달 만에 0%대로 다시 추락한 것도 악재다. 한은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에 한참 못 미친다. 저유가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1.6%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0.49%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국내 제조업이 침체되고 소비가 줄어든 탓도 있다. 저물가로 기업의 매출이 줄면 결국 소득(임금)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다시 저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수출#저유가#경기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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