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미분양 무덤’ 오명 딛고 부활하는 인천 영종하늘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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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산업-관광단지 조성 붐… 잠깨는 영종도

《 인천국제공항 주변 영종도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주택 경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각종 개발 호재와 함께 미분양이 줄고 주택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천대교와 맞닿은 영종하늘도시는 약 2000만 m² 규모의 ‘분당급’ 신도시로 조성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에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새 아파트가 선보이는 등 건설사들도 주택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전경. 경기 고양시 일산의 1.2배 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로 최근 이곳에서 7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됐다. LH 제공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전경. 경기 고양시 일산의 1.2배 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로 최근 이곳에서 7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됐다. LH 제공
26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도. 공항철도 운서역을 나서자 높이 솟은 타워크레인 4개가 눈에 들어왔다. 역 주변 곳곳에서 관광호텔과 원룸 건물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2∼3년 전만 해도 빈 상가가 곳곳에 눈에 띄는 휑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거리가 붐빌 정도가 됐다. 운서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인천공항과 반도체 생산시설 직원들이 공항철도 인근에 정착하면서 도시가 상전벽해(桑田碧海)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주거·생산·관광기능 갖춘 복합도시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영종도의 인구는 2012년 말 4만2026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6만1782명으로 3년 새 50% 가까이 늘었다. LH는 2018년 말까지 이곳 인구가 9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 등 생산시설이 본격적으로 입주한 게 상주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자유무역지대는 인천공항 주변을 국제 물류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조성한 산업단지다. 현재 외국계 기업 8곳 등 26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회사 스태츠칩팩그룹이 지난해 9월 11만 m²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제2공장을 완공해 30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내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완공되면 공항 및 주변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직원은 2만 명 이상 늘어난다.

금융위기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복합리조트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카지노 개발 전문회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에 33만 m² 넓이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를 조성 중이다. 2017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5성급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선다.

미국 회사 MTGA와 한국의 KCC가 합작해 설립한 리조트 개발회사 ‘인스파이어 IR(Inspire IR)’도 국제업무지구에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약 106만 m² 땅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숙박시설과 테마파크 등 다양한 위락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과거 무산된 밀라노디자인시티 등과 달리 최근 영종도의 리조트, 호텔 사업들 중 상당수가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첨단산업시설과 관광단지가 어우러져 영종도의 유동인구와 상주인구가 모두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영종역 개통으로 서울역까지 46분

각종 개발 호재에 영종도 주택시장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인천공항의 배후 주거지 역할을 하던 공항신도시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곳에 인접한 영종하늘도시로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3년 말 1171채였던 중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말 797채로 줄었다. ‘영종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3m² 아파트의 매매가는 올해 연초 대비 5월 말 현재 4000만 원 이상 오르고 있다.

교통망 확충으로 영종도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 게 주택수요를 불러 모은 1등 공신이다. 올해 3월 영종하늘도시에 인접한 운북동에서는 공항철도 영종역이 개통됐다. 이후 영종도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46분으로 줄었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면 광주와 부산까지도 각각 2시간 30분, 3시간이면 닿는다. 최근에는 인천시에서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교통 여건도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종하늘도시 남쪽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해변 공원(7.8km)인 ‘시사이드 파크’가 7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가 이곳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레일바이크, 인공폭포 등도 꾸며져 신도시의 중심 녹지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이곳에서 민간분양 아파트뿐 아니라 행복주택,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국민임대, 점포겸용 단독주택 등 다양한 주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분양된 단독주택용지가 최고 2365 대 1의 경쟁률로 ‘완판’될 정도로 인기도 높다.

이달 말 LH는 영종하늘도시 2개 블록에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총 177개 필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 신도시에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를 지을 수 있는 마지막 땅이다. 일반상업용지와 중심상업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에서도 총 60개 필지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공급된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지의 분양가는 약 400만 원(이하 3.3m² 기준), 근린생활시설용지는 480만∼570만 원, 상업용지는 800만∼1000만 원이다.

아파트 공급도 이어진다. 이달 분양된 ‘스카이시티 자이’가 평균 2.2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대림산업이 ‘e-편한세상 영종도’를 선보인다. 내년까지 6290채의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박소현 LH 영종사업단 차장은 “영종하늘도시는 내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될 마지막 신도시”라며 “주거뿐 아니라 산업·업무·관광 기능을 두루 갖춘 복합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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