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의류업체 ㈜나인모드는 최근 베트남에 대체 공장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나인모드 옥성석 대표는 “베트남 하노이 부근에 1000 명이 일할 수 있는 공장을 임대하기로 하고 인허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50여 일이 지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보상 요구와 병행해 본격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 대체 공장 부지를 찾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0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와 관계자 등 30여 명은 ‘투자조사단’을 꾸려 이달 4일 베트남 현지를 방문한다. 투자조사단은 호치민, 다낭, 하노이에 있는 공단을 둘러보고 현지 기업 관계자와 입주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평안 등 일부 기업은 개별적으로 베트남 부지 분양 계약 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반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해외진출 국가를 설문 조사한 결과 90%가 베트남이라고 답한 만큼 이번 조사단의 방문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체지를 찾는 작업도 활발하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업단지에 지난달까지 개성공단 기업 7곳이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 계약을 마쳤고, 일부는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달 중에는 개성공단 기업 4곳이 추가로 입주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으로 반도체 부품, 자동차용 패킹 등을 생산하는 ㈜에스제이테크는 세종시 명학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하기로 했다. 9384㎡ 부지에 73억 원을 투자한다. 이 회사 유창근 대표는 “사업을 접어야 하나 갈등도 했지만 재도약의 계기로 삼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저임금으로만 경쟁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기술개발(R&D) 인력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 중 68개가 노동집약적인 섬유·봉제업인 만큼 대체 공장 부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인건비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문의가 많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최종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했던 박 모 대표는 “지자체들이 개성공단 기업 유치전을 펼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상쇄할만한 지원책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로서는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며 정부의 법적 지원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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