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돋보기] 짧지만 굵은 ‘15초 공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8일 05시 45분


■ 금호타이어-눈 편

‘눈은 바쁘니까 타이어는 더 안전해야’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CF. ‘눈 편’이라고 해서 봄에 웬 눈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리는 눈(Snow)’이 아니라 ‘보는 눈(eye)’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본 CF 중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짧은 러닝타임(15초밖에 되지 않는다)임에도 할 말 다하고, 보여줄 거 다 보여준 광고다. 그뿐이 아니다. 다 보고 났는데도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CF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누가 자동차(사실은 타이어지만) 광고 아니랄까봐 가속기를 콱콱 밟아 버린다.

CF의 구성 자체는 간명하다. 밤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의 거대한(정말 거대하다) 동공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숨 돌릴 틈 없이 자막이 뜬다. 사이드미러, 비상등, 노면, 내비게이션, 사각지대, 속도계, 이정표, 정지선, 신호위반, 기어, 신호대기. 도로에서 드라이버가 마주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버블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자막으로 표현했다. 이 자막들이 ‘쑤욱’하고 바늘이 올라가는 속도계, ‘거대한 동공’과 맞물려 운전 상황의 긴박감을 조성한다. 소리를 사용한 음향 감각도 좋다. ‘끼익∼’하고 타이어와 노면이 거칠게 마찰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보는 이의 심장을 크게 박동시킨다. 그리고 떨어지는 단 한 마디의 코멘트. “눈은 바쁘니까, 타이어는 더 안전해야 한다.”

정말 근사한 메시지가 아닌가. 운전을 할 때 운전자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깨워야 한다. 그 중 가장 혹사당하는 것은 역시 눈이다. 하지만 눈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운전자의 눈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 몸과 마음의 사각지대. 다른 것은 몰라도, 타이어만큼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다. 뻔하지만, 제대로 들린다.

짧지만 굵은 CF다. 다리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통쾌하게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끝으로 하나 더. 바쁜 눈이 확인해야 할 일들(자막) 중 ‘교통경찰’과 ‘미인’은 꽤 재미있었다. 그 짧은 와중에 유머까지 구사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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