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낮춘 승부사 박정원, 두산 체질개선 뚝심 발휘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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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경영 두산그룹의 앞날은

시구하는 박정원 회장



차기 두산그룹 회장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2014년 열린 ‘두산베어스 구단주배 야구대회’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맡고 있다. 두산그룹 제공
시구하는 박정원 회장 차기 두산그룹 회장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2014년 열린 ‘두산베어스 구단주배 야구대회’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맡고 있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을 새롭게 이끌게 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은 두산에 몸담은 31년 동안 좀처럼 언론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면 언론 인터뷰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스포츠동아와 했던 게 유일하다.

2일 이사회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한 이후 박정원 회장은 언론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일 저녁 서울 성북동 자택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다만 자택에 축하 화환이 배달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3일에도 두산그룹 본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동안 삼촌인 박용만 회장 밑에서 몸을 한껏 낮춰 온 박정원 회장은 이달 25일 ㈜두산 정기 주주총회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 절차를 거쳐 28일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취임 전까지는 박용만 현 회장이 있는 만큼 언론 노출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최근 두산의 어려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기도 하지만 박용만 회장이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 등 재계의 대표 역할을 하며 영역을 넓히면서 차기 회장인 박정원 회장도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박정원 회장 앞에는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다. 지난해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이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2007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아 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하며 이미 결정권을 행사해 온 만큼 당분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산그룹 내부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은 삼촌인 박용만 회장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결정적 순간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온 전례에 비춰 봤을 때 파격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경영 승계가 결정된 뒤 그룹 체질 개선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두산그룹 관련주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전날 6.36% 올랐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이날도 8.55% 오른 1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엔진(3.38%), ㈜두산(3.08%), 두산인프라코어(2.98%) 등도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박정원 회장이 일단 면세점과 연료전지 등 두산의 신성장동력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산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건설중장비에서 벗어나 사물인터넷(IoT)이나 관련 서비스사업 등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춰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 ‘4세대 경영’ 포문이 열리면서 두산 일가 4세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두산 일가 4세들은 두산 계열사 주요 보직에 포진돼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3세대까지는 형제 경영이었지만 4세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사실상 ‘사촌 경영’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사촌들이 계열사 요직을 맡고 있는 만큼 협력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기업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민지 jmj@donga.com·이건혁 기자
#두산#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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