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前부총리 쓴소리 “한국경제, 성장통 피하다 늙어버린 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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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업정책이 좀비기업 양산… 경제 패러다임 변화 원년 삼아야”

“우리 경제가 성장통을 피해 다니다가 그대로 늙어버린 아이가 된 건 아닐까 걱정된다. 다들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주저앉은 채 막연히 기다리려고만 한다.”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회계법인인 EY한영 주최로 진행된 ‘2016년 경제 전망 및 저성장 극복 방안’ 세미나의 연사로 나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72·사진)가 한국 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한국의 산업구조나 경제운용 방식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올해를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산업 정책이 정부나 은행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며 “정부가 산업 지도를 놓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기업 지도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산업 단위로 정책을 세우다보니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지 못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면세점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에 대해서도 “눈꼴사납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재벌이 정부가 주는 특권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을 통해 생존 게임을 하고 있다”며 “재벌에 의해 한국 경제가 지탱될 것이란 기대를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야 저성장 시대가 지난 뒤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부총리는 최근 세계 경제 위기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헤게모니 싸움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서 파생된 금리 인상, 환율 전쟁, 저유가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헌재#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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