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로 4년만에 인상 나서… 신한, 2월부터 송금때 2배로
KEB하나 시기 저울질, 국민도 검토… 고객 반응 본 뒤 확산 가능성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은행권이 연초부터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에 인위적인 가격 개입을 하지 않겠다”며 이 같은 은행권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10만 원 초과 100만 원 이하의 돈을 다른 은행에 송금할 때 받는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현금인출기(CD)를 이용해 10만 원이 넘는 돈을 이체할 때(영업시간 중)의 수수료도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오른다.
KEB하나은행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수료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국민은행 역시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일제히 올리는 것은 2011년 말 이후 4년여 만이다.
지방 및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개인 및 기업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영업점 창구를 이용해 10만 원 이하의 돈을 송금할 때 1000원의 수수료를 새로 받고 있다. 지방은행 중에는 광주은행이 지난해 11월 신용조사 사업성검토 등 7개 항목의 법인 고객 수수료를 2012년 폐지한 지 3년 만에 부활시켰다. 부산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입 신용장(LC) 등에 대한 수수료를 높였다. 지방은행 중 상위권인 대구은행, 전북은행 등은 아직까지 인상 계획을 세워놓지는 않았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먼저 수수료를 인상한 은행들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경우 수수료 인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 마진에 의존하고 있어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1년 수수료 등 비(非)이자이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0%였지만 2012년 10.7%로 떨어졌고 2014년에는 8.7%까지 하락했다.
▼ 선진국선 수수료 낮추는 추세… 은행권, 인상 확대 쉽지 않을듯 ▼
금융소비자의 부담 증가를 우려해 지금까지 수수료 인상에 반대해왔던 금융당국도 이번에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금융위 직원들을 상대로 한 ‘금융규제 운영규정’ 교육에서 “금융회사들의 가격, 인사 등에 대한 개입을 없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4일부터 이 운영규정대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수수료 인상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영국 등에서도 입출금 계좌에 대한 수수료는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고객들도 수수료를 안 내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곧 도입될 인터넷전문은행도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한 만큼 금융사들의 수수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가 실제로 인상된다고 해도 특정 은행과 오래 거래해온 단골 고객이라면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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