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운명의 한 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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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7년만의 금리인상 예고… 유가 급락 겹쳐 글로벌 금융 요동
신흥국 위기 현실화 잇단 경고도

배럴당 35달러대로 추락한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이어 채권시장까지 강타했다. 16일(현지 시간)에는 세계 경제의 판을 뒤집을 7년 만의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금융시장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전날보다 3.1% 급락한 배럴당 35.62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지난주에만 11% 가까이 폭락해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4.5% 급락한 37.93달러에 마감해 2008년 12월 이후 7년 만에 38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까지 원유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아 유가 급락세가 이어졌다.

이 여파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2% 안팎 급락했다. 이날 중국 위안화 가치가 4년 반 만에 달러 대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키운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유가 급락의 불길은 글로벌 회사채 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처인 ‘정크본드’(투기 등급 채권)의 환매가 일부 중단돼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1주일간 64% 급등해 8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5, 16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8년 12월 이후 유지해온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7년 만에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 자금은 11월 초부터 한국 등 신흥국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달러 대비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를 보여주는 ‘JP모건 신흥시장외환지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락, 중국의 성장 둔화로 신흥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신흥국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한미 간 금리 차가 확대돼 시장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불안을 줄이려면 한국은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 폭과 시점을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11개 신흥국의 외환 대응력과 부도 위험을 분석해 한국을 ‘안전국’으로,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을 ‘위험국’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해외 단기 자금이 최대 270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외환보유액과 3개월간 경상수지 흑자를 더한 외환 대응력(4036억 달러)으로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미국#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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