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을 서른 번 가까이 찾아갔는데 아는 척도 안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6개월을 겨우 설득해 백화점에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박영준 롯데백화점 수석바이어는 ‘삼십고초려’ 한 후에야 부산의 어묵업체 ‘삼진어묵’을 백화점에 들여올 수 있었다. 삼진어묵은 1953년 부산 영도구에서 영업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브랜드다. 박 바이어는 “설득 과정은 어려웠지만 지난해 5월 어묵을 사기 위해 잠실점 팝업스토어 행사장에 몰린 고객들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최근 백화점 식품담당 바이어들이 가장 주목하는 ‘핫 플레이스’는 부산이다. 그동안 부산은 전라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에 대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요즘 백화점에서 모셔오기 위해 공들이는 맛집 중에는 유난히 부산에 본점을 둔 곳이 많다. 관광 인프라가 발달해 국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부산의 이미지 덕에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게 식품담당 바이어들의 설명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당일 식도락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지역으로 부산(26.8%)이 꼽혔다. 박상철 한국관광공사 국내관광진흥팀장은 “부산은 KTX 등 교통수단이 좋아 짧은 기간의 식도락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해외 유명 맛집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된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바이어들은 새로우면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맛집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부산의 맛집을 선호한다. 김병한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수도권 고객들에게는 이색적인 지역 맛집이 해외 유명 맛집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부산 3대 커피전문점으로 알려진 ‘인얼스 커피’도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판교점에 입점했다. 부산 기장군의 한식집 ‘풍원장 시골밥상’은 롯데아울렛 광명점의 30여 개 식품매장 중 매출 4위를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7월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들어온 부산 유명 베이커리 ‘옵스’도 기존 같은 자리에 있던 타 브랜드 빵집보다 10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황슬기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수도권에서 성공하는 부산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진출을 고려하는 지방 맛집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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