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 완화 + 균형발전 ‘윈윈’… 투자심리 불지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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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점검회의]

경기도에 있는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공장 증설을 검토하다가 계획을 접었다. 증설될 공장 일부가 저수지 상류 500m 이내에 들어갈 예정인데,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에 ‘저수지 상류 500m 이내에는 공장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저수지에 인접해 있다 해도 오폐수를 배출하지 않는 공장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달 시행령 개정작업에 나선다. 오폐수 전량을 공공하수처리 시설로 유입시키는 조치로 저수지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500m 이내라도 공장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많은 경북 충남 등지의 기업이 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에서도 일부 기업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부가 내놓은 공장 신증설 및 산업단지 규제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의 투자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한 번에 풀기 힘든 상황에서 논란이 적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바닥으로 떨어진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 산단 내 투자 편의 높여

3년 전 경기 평택시의 한 산단에 입주한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수출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산단 내 공장과 땅을 처분하려고 했다. 하지만 산단으로부터 “공장을 세운 뒤 5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처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B사 사장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지만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산단 내 용지 처분에 제한을 둔 것은 투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한 기업들이 공장 터를 투기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다 보니 B사처럼 갑자기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도 5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유지해야 했다.

정부는 이번에 기업들의 사정을 조사해 처분제한 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투기 의도가 없다는 점이 명백한 거래에 대해선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 142개 산단에 속한 기업들이 재산권을 더 쉽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규정이 대폭 완화되는 점도 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수도권 대부분의 공장은 건폐율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공장을 지은 상태로,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공장면적이 10∼20% 넓어지게 된다. 개발진흥지구와 성장관리방안 계획이 수립된 지역에 공장이 들어서면 현행 20∼40%인 건폐율이 30∼50%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 경제계 “투자 위해선 수도권 규제 풀어야”

이번 대책에 대해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대책은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와 서비스가 결합되는 건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서비스업체가 산단에 입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저수지 인근에 들어서는 공장 가운데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는 공장도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상황을 막론하고 공장을 지을 수 없었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경제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수도권 규제 개혁’ 수준에까지는 못 미치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산단 입주 기업들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좀 더 본질적인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수도권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지방의원들까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할 공산이 크다”며 “노동개혁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규제 완화도 대통령이나 주무장관이 직을 걸고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형준·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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