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세월 흘러도 쌩쌩… ‘쏘나타 - BMW 5시리즈’ 1위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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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중고차 시장 A to Z

직장인 오모 씨(36)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2011년식 ‘E63 AMG’를 약 6800만 원에 샀다. 고성능차를 타기 위해 큰맘 먹고 질렀지만 2011년 당시 신차 값 1억4250만 원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됐다. 취향이 바뀔 때마다 차를 바꾸는 그가 여태껏 구입한 차는 총 11대. 이 중 중고차는 현대자동차 ‘엑센트’와 ‘그랜저’, 크라이슬러 ‘300M’ 등 5대였다. 오 씨는 “고급 수입차는 2년 뒤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니 중고를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신차의 두 배인 중고차 시장… 1위는 ‘쏘나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소유보다는 경험, 실속을 중시하는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대수 기준으로 신차 시장의 두 배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이전등록 대수는 346만8286대였다. 지난해 신차 등록대수 167만6047대의 두 배이다. 4년 전(2010년·약 280만7000대)보다 2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이전등록 대수 중 국산차는 322만1145대로 2012년보다 3.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수입차는 24만7141대로 39.6% 급증했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에는 렌터카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 회계기준상 렌터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자산가치는 신차로 출고된 지 5년이 지나면 ‘0원’이 된다. 이에 따라 렌터카 업체들은 자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약 3년을 넘긴 차들을 대거 중고차 시장에 처분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이전등록이 가장 많이 된 국산차는 현대차 ‘쏘나타’(23만2957대), 수입차는 BMW ‘5시리즈’(2만1416대)였다. 국산차 2∼5위는 현대차 ‘아반떼’(20만7307대) ‘포터’(20만2416대) ‘그랜저’(19만2207대), 르노삼성자동차 ‘SM5’(14만5047대) 순이었다. 수입차 2∼5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5017대), BMW ‘3시리즈’(1만425대), 아우디 ‘A6’(9796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8767대)였다.

‘C클래스’ 사는 20대 vs ‘스파크’ 사는 30대

연령별, 성별로는 어떤 중고차가 인기 있을까. 동아일보는 국토교통부에서 2012∼2014년 이전등록 대수가 많았던 세부 모델 20개를 받아 차종별로 재분석해 봤다.

국산 중고차를 구매한 20, 30대 사이에선 값이 싼 경차의 인기가 꾸준했다. 지난해 자동차 이전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20대는 기아차 ‘모닝’을 3번째, 한국GM ‘마티즈’를 4번째로 많이 샀다. 30대에선 마티즈가 5위, 모닝이 6위, 한국GM 쉐보레 ‘스파크’가 8위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36)는 이달 초 스파크 2007년식 모델을 390만 원에 샀다. 최근 회사가 사무실을 옮기면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출퇴근시간이 왕복 3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줄었다”며 “경차는 취득세가 면제되고 통행료나 주차요금도 50% 할인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수입차 중에선 C클래스가 돋보였다. 20대 이전등록 건수에서 C클래스의 순위는 2012년 9위에서 2013년 6위, 지난해 4위로 올랐다. 30대에서도 8→7→6위로 매년 상승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모 씨(27)는 2013년 첫 차로 메르세데스벤츠 ‘C220’ 중고차를 샀다. 신차로 출고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가격이 3900만 원으로 신차보다 1000만 원가량 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쏘나타’는 흔하고 ‘그랜저’는 크기가 부담스러워 돈을 더 보태 수입차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포터’는 부르는 게 값?

국산 중고차를 구입하는 40대 이상에서는 ‘자영업자의 발’인 1t 트럭 포터가 단연 인기였다. 40∼60대에서 이전등록 대수 1위를 차지했다.

포터의 중고 시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현재 ‘포터2’의 신차 가격은 1430만∼1949만 원. 이민구 SK엔카 프라이싱센터 실장은 “1, 2년 된 중고차는 값이 100만∼150만 원 내리고 5년이 지나도 600만 원 정도 내리는 데 그친다”며 “포터 신차는 주문하면 짧게는 2, 3개월,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차가 급하게 필요한 수요자들이 중고차 시장을 두드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직한 뒤 다급하게 자영업에 나선 사람들, 쓰던 포터가 고장나 다른 차를 긴급 수혈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수입차는 30∼50대 사이에선 5시리즈, 60∼70대는 E클래스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50∼70대에선 S클래스가 이전등록 건수 3위에 올랐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수입차 특성상 신차로 출고된 지 3년이 지나면 가격이 50% 이상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작은 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의 이전등록 대수 순위에서 1위는 모닝, 3위는 마티즈, 4위는 스파크가 차지했다. 30대 남성 사이에선 쏘나타, 아반떼, 그랜저가 1∼3위였지만 여성 사이에선 아반떼, 모닝, 마티즈 순이었다. 수입차에서도 20대 남성 1위는 3시리즈인 반면 여성은 미니 ‘미니쿠퍼’였다.

대기업도 뛰어드는 중고차 시장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레몬’이라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시다는 의미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속아서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중고차 딜러는 “인터넷에 올라온 중고차 중 80% 이상이 허위 매물”이라며 “실제 가격이 1000만 원인데 300만 원으로 글을 올려놓거나, 있지도 않은 차를 ‘미끼 매물’로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은 ‘신뢰’를 내세워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와 KT렌탈, AJ렌터카, 동화엠파크는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중고차 매입 서비스 ‘오토벨’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들은 자사(自社) 수입차를 매입한 뒤 재판매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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