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람보르기니가 한국에 ‘절반짜리 진출’한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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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산업부
강유현·산업부
람보르기니 일본법인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증가하는 한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함께 람보르기니 판매회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차 한대 값이 5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가 드디어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결론적으로 별도 판매회사는 없다. 다만 2월부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람보르기니 수입과 인증, 물류 등을 맡고 국내 공식 수입원이던 참존임포트(람보르기니서울)가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람보르기니는 시장이 커지면 딜러를 추가로 모집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은 적극적 신차 투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같은 폴크스바겐그룹 내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의 국내 진출 방식과 같다. 벤틀리 공식 수입원이던 참존오토모티브는 2008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수입권을 넘겼다.

이렇게 수입차 업체가 ‘절반짜리 진출’을 하는 것은 한국 수입차 시장이 별도 법인을 세우기엔 부담스럽지만 지켜만 보기엔 아까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국내에서 20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지법인이 있는 일본에서는 연간 판매량이 약 120대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벤틀리 서울전시장은 세계에서 ‘플라잉스퍼’가 가장 많이 팔린 매장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국가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3위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급성장할 때는 언제든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거나, 점유율을 미리 늘려놔야 시장이 성숙했을 때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가 먼저 공식 수입원으로 브랜드를 소개한 뒤 본사가 진출하는 것은 수입차 업체들이 시장을 키워온 성공 방식이었다. 앞서 BMW는 코오롱글로벌, 메르세데스벤츠는 한성자동차, 아우디는 효성물산과 고진모터스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수입차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판매회사 입장에선 순식간에 공식 수입원에서 남들처럼 제품을 받아 파는 ‘을(딜러사)’이 됐다. 수입차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수입차 업체와 딜러가 상생을 통해 건전하게 시장을 키워 나가길 기대해 본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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