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40조 풀려도… 1100조 ‘가계빚 걱정’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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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해법은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지난달 24일 출시돼 나흘 만에 20조 원이 소진된 데 이어 30일부터 2차 판매에 들어갔다. 30일 대출 전환 신청액이 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열기는 전주에 비해 다소 식었지만 여전히 안심전환대출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금융당국이 잠시 숨을 고르고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40조 원의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뀐다고 해도 1100조 원을 목전에 둔 가계부채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자 작년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76.4%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또는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 가계부채의 체질부터 개선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였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데다 2019년에 만기가 집중돼 있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는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했다는 반응이 있다.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안심전환대출은 기본적으로 전체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며 “상품 구조 자체가 원금 상환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에 대응하는 금융당국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원장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번 정책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더라면 형평성 논란이 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2차 판매에서는 집값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이 우선 배정되도록 개선했지만 1차 판매는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처음부터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식으로 진행이 됐더라면 논란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전했다.

가계부채가 11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을 함께 갚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이 상환 능력이 있는 중산층에 한정되어 있다”며 “또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이 커지는 것만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 역시 “가계부채 부담이 가장 큰 저신용·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부터 나왔어야 하는데 타깃 선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들의 수익성과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낳았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들이 평균 연 3.5%대 주택담보대출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구조다. 오 교수는 “재원 조달을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40조 원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야 하는데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108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67조6000억 원(6.6%)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 기업 등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323조4876억 원으로 1분기에만 7조337억 원이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의 한계를 충분히 분석한 뒤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안심전환대출 시행 뒤에도 리스크가 큰 그룹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2금융권, 다중채무자, 저신용자, 고령자, 자영업자 등 그룹별로 당국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정부 개입이 크면 클수록 금융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금융거래의 원칙이 훼손되는 방향으로 가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역시 “정부가 금리를 깎아주고,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풀고, 소득이 늘어나게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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