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비전 - 전략 좌담회
교육-의료-환경 등 복잡한 족쇄
세금만 일부 깎아주는 식으로는 싱가포르-상하이와 경쟁서 못이겨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 개발하고 한국기업 역차별 해소에 나서야
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경제자유구역 비즈니스데이 2014’ 행사 중 ‘동아시아 시대, 경제자유구역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획기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합니다. 경제자유구역을 기업 관련 규제 완화의 시험무대로 삼아야 합니다.”(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부문장)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국 7개 경제자유구역청이 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경제자유구역의 비전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경제자유구역 비즈니스데이 2014’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외 기업인과 투자자, 전문가 200여 명은 경제자유구역이 한국과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금을 일부 깎아주는 수준의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싱가포르, 두바이, 상하이 등 세계적인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 “경제자유구역, 한국경제 끌어올린 원동력”
기조연설에 나선 데이비드 카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자유구역은 아시아의 첨단 기술 및 서비스산업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며 “경제 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본 수석이코노미스트의 평가대로 경제자유구역은 여러 규제를 풀어 외국 투자를 유인하는 한국의 대표적 정책이다. 인천, 부산, 전남 광양 등 전국 8개 지역을 지정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소득·법인세를 5년간 감면(최초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 다만 정부 기대에 비해 외국 기업 유치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조연설 후 ‘동아시아 시대,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의 개선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부문장(세무사)은 “일부 성공사례도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며 “토지, 행정 등과 관련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체에서 자본 이동에 제한을 두지 않는 싱가포르나 소득세 및 관세 등을 매기지 않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부문장은 “교육 의료 환경 등 삶의 공간 전체와 관련된 복합적인 규제가 한꺼번에 완화돼야 한다”며 “한국 내에서 경제자유구역을 규제 완화의 시험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오려는 기업에 다른 국가가 다 주는 혜택을 수동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인센티브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영석 삼정KPMG 팀장은 “세금을 깎아주는 식의 인센티브는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의 관심을 일부 높일 수는 있겠지만, 투자 의사가 약한 기업의 행동을 이끌어내긴 어렵다”며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차별화된 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투자 유치 원칙의 기본 전략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혜택을 줄지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라며 “투자 기업이 처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줄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서나 영어 통하는 지역으로 만들자”
경제자유구역에서 현재 활동 중인 외국인들은 언어 문제를 성공의 관건으로 꼽았다. 독일공과대학원(FAU) 부산캠퍼스의 토마스 쇠크 이사장은 “경제자유구역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교육에 달려 있다”며 “과학기술 분야만이라도 영어를 상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를 이끄는 경제자유구역에서 관청과 기업이 영어를 번역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조언이다.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을 차별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현재 소득·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은 외국 기업에만 주고 있다. 도건우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장은 “외국 기업들이 경제자유구역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국내 기업들을 먼저 들어오게 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조세 지원 등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을 국내 기업에도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산업단지에도 제공하는 지방세 등의 감면 혜택을 경제자유구역 입주 기업이 못 받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선택과 집중’을 향후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이 부진한 지역은 구역 지정에서 해제하고 남은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임기성 산업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과장은 “올 들어 이미 전체 면적의 20%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했다”며 “앞으로도 상시적,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활성화된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을 ‘규제 프리(free) 테스트 베드’로 삼아 이곳에서 성공한 규제 완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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