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쏠한 배당株펀드… 소리 없이 흥행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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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에 뭉칫돈 유입… 6년만에 운용액 5조원 재돌파
일부 상품 수익률은 15% 넘어

펀드로 금융자산을 굴리고 있는 사업가 김모 씨(56)는 지난해부터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부진해 불만이었다. 올 초 배당주펀드에 3억 원을 투자해 5개월째 만족스러운 수익률이 나오자 최근 주식형펀드를 환매해 배당주펀드에 더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나 우선주에 집중 투자하는 ‘배당주펀드’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롱숏펀드의 바통을 이어받는 모양새다. 저금리 기조 아래 잘만 투자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배당주펀드(주식형 혼합형 포함) 운용액은 2012년 2조3897억 원에서 이달 26일 5조2110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827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2008년 5조1788억 원이었던 배당주펀드 운용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량 환매사태로 반 토막 났다가 6년 만에 다시 5조 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 들어 투자된 배당주펀드 투자금의 절반이 넘는 4200억 원을 끌어모으며 흥행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전자 우선주 등 배당수익률이 좋은 우선주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운용 전략을 짠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당주펀드 운용액을 1조2904억 원이나 늘렸던 신영자산운용도 올해 2419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롱숏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0.83%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같은 기간 배당주펀드(주식형) 수익률은 4.39%다. 수익률이 0.23%인 주식형펀드에 비해 성과가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종류A’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15%를 넘어섰다. 퇴직연금 전용펀드인 KB투자증권의 ‘KB퇴직연금배당자(주식)C’펀드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모펀드(주식혼합)’도 각각 8.25%, 7.80%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배당 성향이 높은 대기업들이 1분기(1∼3월)에 좋은 실적을 내면서 펀드수익률이 기대치를 웃돌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배당률(1.1%)은 여전히 미국(2.3%) 등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펀드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배당주펀드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로 시세 차익을 얻기가 어려운 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배당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고배당주 투자가 점점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배당주펀드#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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