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폐지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15개의 규제를 갖고 있다. 2009년만 해도 국무조정실에는 한 건의 규제도 없었지만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며 녹색성장 인증 등의 인허가 규제가 생겼다.
녹색기업 인증과 취소,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 등 이 법에 규정된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일선 부처들이 맡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실무를 담당하지도 않는데 규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과 관련된 안건을 국무조정실이 총괄하다 보니 규제까지 생겼다”며 “필요하지 않은 규제는 폐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부처 규제 증가 두드러져
2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5년간 부처별 규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가족부 등 사회부처의 규제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국무조정실이 가장 눈에 띈다. 규제 해소를 고유 업무로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은 15건의 규제를 신설했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여성부의 규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여성부는 2009년 98건이었던 규제가 2014년 172건으로 5년 새 75.5% 증가했다.
이달 20일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조윤선 여성부 장관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던 ‘게임 셧다운’ 제도도 2011년 여성부가 도입한 규제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로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부당한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욕설금지 프로그램’ 등과 맞물려 정보기술(IT) 기업과 충돌하는 규제가 주로 문제가 됐다.
이 밖에 문화재청(58.1%) 방송통신위원회(42.6%) 국방부(38.5%) 등이 최근 5년간 규제를 많이 신설한 부처였다. 5년 동안 전체 정부 규제 수가 1만2905건에서 1만5281건으로 18.4%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규제 증가세를 이들 사회부처가 주도한 셈이다.
○ 규제개선 대책도 경제부처 위주로
반면 규제개혁 점검회의 이후 부처별 세부 대책은 사회부처보다 경제부처들이 주도해 내놓고 있다. 이날 산업부는 윤상직 장관 주재로 규제개혁 추진 회의를 열고 올해 내에 산업부 소관 경제 규제의 15%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단지 등 덩어리 규제의 개혁과 규제개혁 시스템 정비를 포함한 자체 규제개혁 3대 추진방향을 확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위 소관 등록규제 482개를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규범과 일반적인 규제로 분류하는 ‘규제 적정화 작업단’을 이달 안에 발족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시장적합성 등 평가기준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를 선별한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오랫동안 규제감축 요구를 받아온 경제부처와 달리 여성, 고용, 문화 등을 맡은 사회부처들은 규제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규제가 진짜 필요한 규제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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