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를 헤맬 일 없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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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올해 공개한 ‘구글글래스 연동 커넥티드카’ 시제품 살펴보니

화요일 아침. 오늘은 거래처 사무실로 바로 출근해야 한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구글 글래스’에 거래처 사무실 주소를 입력한다. 안방을 나서자 렌즈에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까지 가는 경로가 뜬다. 차에 올라탄 뒤 구글 글래스를 벗어두고 시동을 건다. 차량 안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거래처 사무실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 20여 분을 달리자 도착지가 보인다. 거래처 사무실은 낮에는 차량 진입이 통제된 구시가지 안쪽에 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뒤 구글 글래스를 다시 쓴다.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거래처로 가는 길을 상세히 알려준다. 방향 감각이 부족하지만 구글 글래스 덕분에 헤매지 않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

○ 차를 스마트폰처럼

메르세데스벤츠의 구글 글래스 연동 시스템을 실생활에 적용할 때를 가상으로 꾸며봤다. 벤츠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이 시스템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만난 토마스 빙클러 벤츠 정보기술(IT) 담당 매니저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차량 이동 경로만 보여주는 데 비해 구글 글래스 연동 시스템은 사람이 이동하는 모든 경로의 빠른 길을 알 수 있다”며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올해 초 스마트폰과 차량 연동 서비스인 ‘드라이브 키트 플러스’도 내놓았다. 차 안에 달린 코드에 ‘아이폰’을 연결하면 차량에 설치된 모니터로 각종 스마트폰용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기자가 직접 운전석 오른쪽에 달린 조그셔틀을 돌리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이나 동영상, 세계 각국의 라디오 방송까지 틀 수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집 주소 등도 검색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새로 나온 드라이브 키트가 설치된 차량이면 이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빙클러 매니저는 “아직까지는 아이폰으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조만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업체들, 커넥티드 카로 한 발짝 더

벤츠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IT 분야를 전담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급변하는 IT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해 차량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커넥티드 카’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차량과 통신망을 연결해 교통상황, 뉴스 등 각종 정보를 차량 안에서 실시간으로 얻고 외부에서 차량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4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자동차와 IT를 결합한 신기술이 대거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라리 볼보 등은 애플의 차량용 OS를 탑재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춘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연결은 완성차와 IT 업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나다=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벤츠#구글글래스#커넥티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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