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집 대신 ‘공동체’ 분양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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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주택 전문 수목건축-하우종건, 용인 ‘반디나비 행복마을’ 조성 현장

1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일대 ‘용인 반디나비마을’ 전경. 이곳은 민간기업이 만든 마을로 ‘행복마을 만들기’ 멤버십에 가입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워야 입주할 수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일대 ‘용인 반디나비마을’ 전경. 이곳은 민간기업이 만든 마을로 ‘행복마을 만들기’ 멤버십에 가입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워야 입주할 수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 일대 1만6500m² 터에는 하얀 회벽으로 지은 2층짜리 단독주택 2채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회벽과 목조가 어우러진 프랑스풍 단독주택 48채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소형주택 전문기업 수목건축과 하우종합건설이 짓는 집들이다.

눈에 띄는 점은 돈이 있다고 아무나 이 집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일단 가입비 10만 원을 내고 수목건축이 진행하는 ‘행복마을 만들기’ 멤버십에 들어야 한다. 그런 뒤 ‘마을 만들기 교실’에서 집짓기뿐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을 고안해내고, 주민들끼리 운영할 카페 같은 공동사업도 구상해야 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입주 전에 자연스럽게 이웃이 될 사람들과 어울리며 가치를 공유하게 된다”며 “공동체를 이루는 데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거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8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1차분 주택 17채의 절반 정도가 팔렸다. 매주 금요일 진행하는 현장투어는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부산에서 온 손성관 씨(52)는 “단독주택을 지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살아보자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며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죽이는 각박한 사회에서 이런 공동체 마을을 새로운 주거문화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민간기업도 ‘마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삶, 공동체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면서 건설사들이 이를 겨냥한 주택단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 이웃과 함께 취미활동, 수익사업도

16일 하우종합건설 최수영 대표(왼쪽)가 반디나비마을 본보기집에서 방문객들에게 마을 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6일 하우종합건설 최수영 대표(왼쪽)가 반디나비마을 본보기집에서 방문객들에게 마을 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용인에 조성 중인 마을은 수목건축의 첫 번째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반디나비마을’이라고 이름 지었다. 주택 전문기업답게 마을 ‘하드웨어’ 구축에 신경을 썼다.

집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79m², 105m²의 중소형으로 구성된다. 집값도 79m²는 2억7000만 원, 105m²는 3억7000만 원으로 그리 높지 않다. 살고 싶은 주택 규모를 택하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계해주는 것도 특징. 젊은 부부라면 어린 자녀를 위해 집을 맞춤 설계하는 식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정혜현 씨(32)는 “마당 있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며 “서울을 오가며 일하고 있어 용인 지역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인데 2억 원대라면 청주 아파트를 팔면 충분하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전세금 수준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반디나비마을 입구에는 주민들이 함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400여 m² 규모 커뮤니티센터가 이미 완공됐다. 악기연습이나 영화감상을 하도록 방음시설을 갖춘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며 수익사업을 벌이거나 목공예 작업소를 운영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주민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단순히 집만 짓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을 돕는 게 우리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표적 주민공동체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 강북구 수유동 ‘재미난마을’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이들 마을은 공동 육아를 시작으로 주민이 공동투자한 카페와 유기농음식점, 마을사랑방 ‘재미난 카페’, 주민 밴드인 ‘재미난 밴드’ 등이 생겨나며 유명해졌다. 서울시도 이런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올해 222억 원을 투입하는 등 2017년까지 975곳의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 “공동체 요구 만족시켜야 수요자 잡아”

반디나비마을이 기존 단독주택 단지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특징은 베이비 부머를 위한 임대수익형 주택을 짓는다는 것. 주택업체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집을 지어주고, 세입자도 직접 구해준다. 예를 들어 79m² 2층짜리 단독주택을 3층으로 올려짓고 위층에 별도 출입문을 달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식이다. 최수영 하우종합건설 대표는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5분 거리에 있어 지방 관광객이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덕자 씨(60)는 “노후를 전원주택에서 보낼 계획으로 청평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는데 도심에서 먼 데다 단독주택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 더 외로웠다”며 “이곳은 서울 인근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 수 있고 임대수익까지 올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수목건축은 경기 김포시, 파주시, 안산시 등에도 근교형 마을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한 금융공기업으로부터 경기 광주시 약 9만 m² 터에 40, 50대 고객을 위한 마을을 지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제주시 조천읍에는 3층짜리 단독주택 40채로 이뤄진 마을을 조성해 일부 가구는 2,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일부는 1층에 빵 굽기, 공예품 만들기 등의 재능기부 작업장을 만들 계획이다.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제 주택업체들도 수요자가 원하는 이웃과의 교류, 공동육아 등과 같은 공동체의 수요를 만족시켜야 집을 팔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아파트 단지나 타운하우스 등에도 공동체 공간을 늘리는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도심 재개발 등 주거정비사업에도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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