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인생 꿈꿨지만… ‘투권인’ 절반이상 소득 0원

  • 동아일보

기본급 따로 없이 수수료 받는 구조, 상위 10% 들어도 月수입 100만원선
증권사 큰돈 안들어 ‘모시기’ 경쟁, 정작 재교육 뒷전… 불완전 판매 위험

증시 침체로 불황을 겪는 증권업계가 투자권유대행인(투권인) 활성화로 신규 고객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증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는 투권인은 손에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정직원이 아닌 투권인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투권인 수는 총 3만6883명으로 한국투자증권 2000명, 삼성증권 1700명, 신한금융투자 1500명, 우리투자증권 900명 등 대형사일수록 소속된 투권인이 많다.

투권인은 증권사와 계약을 하고 고객에게 증권사 계좌 개설이나 펀드 투자 등을 권유하는 사람이다. 정규 직원에 비해 비용을 적게 들이며 영업을 강화할 수 있어 최근 불황으로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증권업계에서 선호한다.

지난달에만 KDB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관련 시험 무료 강의와 모집설명회를 열고 투권인 유치에 나섰다. 특히 최근 들어 예비 퇴직자들이 투권인을 ‘제2의 인생’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지며 증권사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러나 현직 투권인들은 직업으로서 투권인에 대한 매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시장 침체로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

S증권사 소속 송모 투권인은 “요즘 한 달에 1명의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투권인도 거의 없다”며 “100만 원짜리 펀드를 유치해봐야 투권인이 손에 쥐는 돈은 6000∼7000원 선”이라고 말했다.

투권인은 자신이 유치한 고객을 증권사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본사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고객이 투자한 돈의 1% 정도가 증권사 수익인데 이 중 60∼70%가 투권인 몫으로 떨어진다. 기본급은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상위 10%에 드는 투권인의 한 달 수입은 100만 원 남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투권인으로 활동하며 단 1원이라도 수익을 내는 인원이 절반 이하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많은 투권인이 신규 고객을 데려오지 못하거나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지 못하는 일이 잦은 것.

재교육이나 관리가 부실해 사실상 방치되는 투권인이 많아 고객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동하는 시황과 신상품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

H증권의 백모 투권인은 “얼마 벌지도 못하면서 투자자의 민원이나 항의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투권인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증권사들이 은퇴 뒤 평생직업이나 세컨드잡으로 포장하며 싼 인력을 확보하기보다 교육 및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투권인#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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