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포스코가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단연 화제는 여성들의 약진이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여성으로서는 처음 포스코 해외법인을 이끌게 된 양호영 칭다오포항불수유한공사 법인장(53·사진)이다.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한 양 법인장은 2011년 6월부터 스테인리스열연판매 그룹을 총괄해 왔다. 그는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하고 일본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를 먼저 밝혀 달라.
“포스코의 여성 1호 팀 리더, 여성 1호 그룹장에 이어 여성 1호 해외법인장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철강 경기가 어렵다 보니 해외법인을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과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가 내게 법인장의 직책을 맡긴 것은 나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안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은 이곳 칭다오에서 내 역할을 충실히 마치고 싶다.”
―포스코 입사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몇 년 전 중국 베이징으로 해외근무 발령이 났었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은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두 분을 떼어놓고 가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가족들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다녀오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고민 끝에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해외근무를 포기하겠다고 알렸다. 그런데 회사에서 사정을 이해해줬다. 그런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다시 해외로 나올 기회를 줬으니 이번에는 회사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철강 마케팅 분야에서 본인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마케팅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마음으로 친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세계 7위 규모의 강관사가 하나 있는데, 포스코로부터의 구매량은 들쭉날쭉했다. 일본 기업들은 내수 중심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해외 동향에 어두웠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의 철강 시황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그 조언을 토대로 다른 경쟁사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수익을 내더니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 고객사는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포스코에서 고정적으로 사 간다. 단순히 가격을 싸게 해주는 것보다 ‘이 고객이 바라는 게 뭘까’를 생각해서 성과를 낸 것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한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에서도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리더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우선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섬세하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대해 좀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인 만큼 나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부하 직원들이 어려운 점은 없는지, 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여성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주위에 육아문제로 사직을 고민하는 여직원이 여전히 많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참 안타깝다.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사실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훌륭한 여성 인재들이 육아로 인해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해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해보자. 엄마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면 아이도 서운함보다는 엄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최초로 여성 해외 법인장을 배출한 것은 포스코로서도 큰 모험일 수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양 법인장의 두 어깨는 더욱 무거워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각오는 더욱 남다르다. “도전하면 이룰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그는 포스코 중국 공략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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