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행복동행’ 나비 효과… 통신시장 게임의 규칙까지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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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ICT 창업 체계적 지원… 계약직 4300명 정규직 전환 박차
맞춤요금제로 통신비 인하경쟁 주도… 제살깎기 보조금 경쟁 변화 계기로

최근 SK텔레콤을 바라보는 통신업계와 재계의 시선은 ‘신선한 충격’으로 요약된다.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인 1위 기업이 오히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하자며 장기 고객을 우대하는 요금체계로 바꿨다. 대규모 융합산업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이런 변화는 지난달 8일 “고객, 사회와 함께 행복과 동반성장을 이뤄내겠다”는 ‘행복 동행’ 선언에서 비롯됐다. 하성민 사장은 당시 “기업의 수익 창출이라는 일차원적 경영 목표에서 벗어나 고객과 사회의 행복을 챙길 때 기업의 성장도 뒤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행복 동행을 선언한 지 한 달, SK텔레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켰을까.

한 달 전 SK텔레콤은 자사의 광범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창업 도구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흩어진 창업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T-행복 창업지원센터’를 만들고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된 만 45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브라보! 리스타트’라는 ICT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 3주 동안 150여 명의 중장년이 자신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들고 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SK텔레콤은 상반기(1∼6월) 지원자 가운데 10개 팀을 선정해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전반에 걸쳐 실질적, 통합적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의 ICT 창업을 한국 벤처업계의 대표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경제적 약자들의 상거래 중심지인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SK텔레콤의 상생 지원 프로그램은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의 마케팅 성공 모델을 만들어낸 SK텔레콤은 지난달 20일에는 인천 남구 신기시장과 상생협약을 맺고 ICT를 전통시장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이 밖에 자사 계약직 직원 4300여 명을 연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동참했다.

2700만 명이 넘는 SK텔레콤 고객을 위한 ‘행복’ 노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값비싼 요금제를 강요했던 구태(舊態)를 벗고 사용자의 이용 환경에 맞는 요금제를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 노력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발표한 2년 이상 장기 고객 대상 ‘평생고객·무한혜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같은 달 22일에는 ‘음성 및 데이터 맞춤형 요금제’와 청각·시각장애인 전용 요금제도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SK텔레콤의 움직임에 경쟁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며 보조금으로 혼탁했던 이동통신시장이 변화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SK텔레콤 임직원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과거 단순한 발표에 머물렀던 많은 상생 프로그램과 달리 행복 동행 선언은 경영 행태 및 투자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ICT와 결합되는 헬스케어 및 솔루션 등 첨단 융합사업에 2015년까지 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 사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행복 동행’이란 하기 싫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이라며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특정 부서에 맡겨서도 안 되며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SKT#행복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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