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역시 콘돔 잘 팔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경기 어려운데 출산 미루자”… 올 들어 판매량 47% 늘어
마트 푸드코너 매출도 껑충

마트서 점심 때우는 직장인들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이마트 청계천점 ‘푸드스테이션’에서 부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마트서 점심 때우는 직장인들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이마트 청계천점 ‘푸드스테이션’에서 부근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7년차 주부 이모 씨(35)는 둘째를 낳으려던 계획을 당분간 보류했다. 회계법인에 다니는 남편의 수입이 자녀 둘을 키우기에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불황이 장기화하면 남편 회사도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불황 때문에 이 씨처럼 출산 계획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대표적 피임기구인 콘돔 매출에서 확인된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콘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4% 늘었다. 지난해 콘돔 판매 증가율은 30.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전년 대비 콘돔 매출 증가율은 2007년 8.1%에서 2008년에는 21.6%로 높아졌다.

‘불황에는 콘돔이 잘 팔린다’는 유통업계의 속설이 들어맞은 것이다. 콘돔 제조업체인 유니더스의 주가는 21일 현재 1820원으로 연초의 1250원에 비해 45.6% 올랐다.

불황에 점심을 대형마트에서 때우는 직장인들도 늘었다. 이마트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지만 점포 33곳에서 운영 중인 ‘푸드스테이션’ 매출은 25%가량 늘었다. 푸드스테이션은 매장에서 구입한 식품이나 떡볶이 등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안호전 씨(28)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회사 주변 식당 밥값이 크게 올라 5000∼6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매주 두세 차례는 가까운 대형마트 매장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육아용품을 중고품으로 구입하려는 주부도 늘어났다. 가족이나 지인끼리 물려주는 경우가 많던 도서 전집이나 유모차, 의류는 기본이다. 웬만하면 새것을 사서 쓰던 배냇저고리, 젖병, 욕조, 아기침대까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육아카페에는 “어차피 오래 안 쓰는 물건인데 새것을 사면 후회한다”거나 “중고품도 살균소독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G마켓에서는 최근 한 달간 유아안전·생활용품 카테고리의 중고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치과에서 금니를 교체한 뒤 폐(廢)금니를 챙겨 파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최근 거래가 늘면서 g당 3만∼5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일부에선 인레이, 크라운 브리지, 포셀린 등 금이 일부 포함된 치과 보철물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채널A 영상] 경기 불황에도 주가 오르는 콘돔 회사

전성철·박선희 기자 dawn@donga.com
#불황#푸드코너#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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