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항공조업장비 제작 ‘대원A.E’ 박우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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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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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늘어 도약의 기회… 이젠 국산장비로 러시장 열겠다”

비행기에서 짐을 내릴 때 연결하는 컨베이어 벨트 로더 차량의 모습(왼쪽). 박우영 대원A.E 사장은 “저비용 항공사의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컨베이어 벨트 장비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A.E 제공
비행기에서 짐을 내릴 때 연결하는 컨베이어 벨트 로더 차량의 모습(왼쪽). 박우영 대원A.E 사장은 “저비용 항공사의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컨베이어 벨트 장비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A.E 제공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싼값을 앞세워 국내 단거리 노선에 집중해오던 LCC들은 최근 잇따라 국제선에 취항하며 저마다 세력 키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올 들어 14일까지 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3000억 원을 넘긴 국내 LCC는 없었다. 이처럼 국내 LCC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피치항공, 에어아시아저팬 등 해외 LCC의 국내 취항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조업장비 전문 제작업체인 대원A.E(Airport Equipment)는 LCC의 선전으로 웃음꽃이 핀 곳 중 하나다. 국내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아질수록 회사 측의 장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우영 대원A.E 사장(65)은 “LCC의 성장은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라며 “LCC 취항과 화물창고 설립 등에 따라 연 매출이 2008년 처음으로 30억 원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은 35억 원 수준.

박 사장은 “현재 주 고객사인 아시아나항공 외에 국내 주요 LCC인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체 20cm 낮추며 고객 마음 얻어

1987년 설립 당시 회사의 본업은 운송 차량에 필요한 화물칸을 만드는 일이었다. 박 사장은 절친한 친구를 따라 마흔 살에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화물장비는 기존 업체가 많아 후발주자로서 진입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이듬해 수하물 운송카트, 승객 탑승계단 등 비(非)동력 항공조업장비 쪽으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유럽산 장비들은 값이 비싼 데다 부품을 급하게 들여올 때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박 사장은 “유럽산보다 값이 15% 정도 싼 데다 제품을 만든 직원이 발주처에 나가 교육을 하게 해 고객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원A.E는 사업이 성장하자 자동차로 짐을 들어올리는 하이리프트 트럭, 캐빈 서비스 트럭 등 동력장비로 다시 사업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250cm 높이의 국내 화물트럭에 20cm 남짓한 장비를 달면 항공기(약 258cm)에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 그렇다고 20∼30대에 불과한 조업용 트럭을 위해 기꺼이 차체를 낮출 자동차업체는 없었다. 차체가 낮은 수입 화물트럭을 사용하기엔 비싼 가격과 느린 부품 수급 속도가 문제였다.

대원A.E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체를 낮추기로 했다. 바퀴 위 운전석 부분을 바퀴 앞쪽으로 들어 옮기는 작업이었다. 전 직원들이 달라붙어 개발부터 안전 인증을 받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박 사장은 “무리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덕분에 동력장비 분야에서 대원A.E 이름을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작업 보조장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개발한 ‘칼라(CALRA)’는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칼라는 야외 작업을 하는 직원들을 위해 뜨거운 바람과 환한 빛을 내는 장비다. 연료로 작동하는 장비와 달리 배터리로 동력을 얻어 연료 소비와 소음을 최소화했다. 칼라는 열을 뜻하는 캘러(Calor)와 태양신 ‘라(Ra)’를 합쳐 지은 이름이다.

○ 새로운 시장 ‘러시아’로

대원A.E의 차세대 시장은 러시아다. 박 사장은 “미국, 유럽산 조업장비를 쓰던 러시아 항공사들이 가격 문제로 중국산을 사용하다 품질에 만족하지 못해 국내 업체에까지 기회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 면적이 넓은 러시아는 국내 노선을 위주로 하는 중소 항공사가 많아 틈새시장을 노리기도 쉽다. 회사 측은 “현재 러시아에서 독점 공급계약을 맺자는 에이전시도 나타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독점 계약은 맺지 않을 계획이다. 거래 업체의 반응만으로는 현지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신중함’은 박 사장이 강조하는 사업 철학이기도 하다. 사업을 하기 전에 10여 년간 자재 관리 업무를 맡았던 박 사장은 “매사 확인, 재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며 “회사 운영도 분위기가 좋다고 무리하지 말고 한 계단씩 꾸준하게 걸어 올라가자는 것이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저비용 항공사#LCC#칼라#대원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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