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기업]최근 4년 불황을 이긴 87개 기업의 ‘성장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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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더 뽑았다… 투자축소? 더 늘렸다… 적자수렁? 더 벌었다

“당신부터 회사에서 나가시오.”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시작된 2008년 10월. 인천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기계를 만드는 중소기업 우진플라임의 김익환 대표(54)는 인사 담당 임원이 “회사를 살리려면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렸다.

당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키코(KIKO·환율 관련 파생금융상품) 손실로 20억 원가량을 날리자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과 사무실의 조명을 줄이고 식비도 깎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어두운 곳에서 기가 죽어 만든 제품이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조명을 더 달고 식비도 올렸다. 구조조정은커녕 투자를 늘리자 직원들은 상여금 일부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경비 절감에 앞장섰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곧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개발 인력이 정밀성과 효율성이 높은 신제품을 개발해 2010, 201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5.9%, 68.1% 늘었다. 실적이 좋아지자 회사는 직원들이 반납한 상여금을 돌려주고 지난해에는 임금을 20% 인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하반기(7∼12월) 이후를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평가하자 기업들은 “이제 저성장 시대”라며 사업을 확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기업분석업체인 FN가이드와 함께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된 2008∼2011년 국내 상장회사 1671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87개 기업은 이 기간에 각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을 뛰어넘으면서 불황기에 강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87개 기업의 ‘성장 DNA’를 조사한 결과 수출 대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술 개발로 수입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 많았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한류 열풍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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