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그만둔지 10년… 열정은 식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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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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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주부면접 현장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부 구직자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
하고 있다. 이날 채용 현장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
졌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부 구직자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 하고 있다. 이날 채용 현장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 졌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시켜만 주시면 주방이든 카운터든 다 할 수 있어요.”

“결혼하고 집에만 있어서 바깥일이 두렵기도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부 구직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이들은 맥도날드가 이날 전국 36개 매장에서 개최한 ‘주부 채용의 날’ 행사 참가자들. 맥도날드는 이번 행사에서 만 30세 이상 주부 3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전국 매장에 960여 명의 주부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로 주부를 채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부들이 원하는 시간에 찾아와 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15명의 주부들이 모였다. 오전 10시가 되자 주부 구직자 몇 명은 면접을 보기 시작했고 몇 명은 매니저 최미숙 씨의 설명을 들으며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최 씨는 5년 전 맥도날드에서 시간제 근무를 시작한 선배 주부 직원이다.

결혼 전 출판사에서 편집 업무를 했던 최 씨는 일을 그만둔 지 10년 만에 다시 구직에 나섰지만 옛 직장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3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한 맥도날드는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최 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일했고 방학 중에는 주 1, 2회만 출근했다. 그렇게 4년을 일한 그는 지난해 매니저로 승진할 수 있었다.

이날 면접에 응시한 주부들도 비슷한 처지였다. 주부들은 “아이를 키우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풀타임으로 일하기는 어려운 데다가 그나마 주부를 뽑는 데도 거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3년간 빵집을 운영하다 올해 문을 닫은 이상자 씨(45·여)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학교에 보낸 뒤 남는 시간에 일할 곳을 찾다가 이날 면접에 응시했다. 그는 “집에만 있으면 주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여기에서 젊은이들과 같이 일하면 우울증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학원 강사로 일했다는 한 주부는 지원 동기를 묻는 면접관에게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니 일을 하고 싶은데 예전 경력은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합격하면 시급 4580원을 받으며 일하게 된다. 적은 돈이지만 4대 보험과 경조사비를 제공하고 주부에게도 승진의 기회가 똑같이 열려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면접관으로 참석한 김연광 점장은 “주부 직원은 성실한 데다가 젊은 직원들에게 엄마 같은 역할을 해서 매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영 맥도날드 상무는 “가사와 보육을 하는 주부들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맥도날드#주부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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