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혜택은 ‘빠름’… 민원 증가는 ‘빠름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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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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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사 고객유치전… 세부조건 설명 소홀해 불만 급증


하나SK카드의 하나오토카드를 사용하던 이모 씨(35)는 올해 3월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 회사 마케팅팀 직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마침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김 씨가 관련 상품에 대해 물어보자 직원은 기차 관련 혜택이 많다는 하나빅팟카드를 권유했다. 전달 카드사용액이 30만 원 이상이면 매달 횟수에 상관없이 철도승차권 금액의 5%를 할인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카드를 받아 사용하다보니 당초 직원의 설명과 달리 한 달에 2회밖에 할인이 되지 않았다. 이 씨가 항의전화를 하자 이 회사 마케팅팀과 고객만족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결국 마케팅팀 책임자는 “5만 원 상품권을 보내줄 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 카드를 취소하시라”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한국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지만 “분쟁 부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니 억울하면 법적으로 처리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직장인 한모 씨(32)도 카드사의 ‘눈속임’ 혜택에 속은 뒤 이제는 모든 카드의 혜택을 꼼꼼히 체크한다. 2008년 지인의 부탁으로 현대카드의 현대카드V를 발급받아 쓰던 한 씨는 포인트가 쌓이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지난해 4월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카드는 포인트보다 쇼핑, 영화, 교통 등에 할인이 많다는 설명을 들은 뒤 일주일에 2, 3번 타던 택시 요금 결제에 주로 썼다.

하지만 몇 달 뒤 할인받은 금액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고 다시 문의하자 상담 직원은 한 달에 2번, 1회에 최대 5000원까지 할인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듣지 못한 설명이었다. 그는 “3% 할인율을 적용하면 택시 요금이 16만 원 이상 나와야 5000원까지인 최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최대 할인이라는 말로 눈속임을 한 것에 불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용카드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카드 혜택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민원건수는 4106건으로 전년 동기(2936건)보다 39.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금융상담 민원이 지난해 상반기 24만13건에서 올해 상반기 28만4363건으로 18.5% 증가한 데 비해 신용카드 관련 민원의 증가율은 급증한 셈이다.

또 올해 상반기 민원이 많은 5대 카드사는 신한카드(1100건), KB국민카드(775건), 삼성카드(672건), 현대카드(523건), 롯데카드(474건), 하나SK카드(303건) 순이었다.

카드업계에서는 민원 급증이 카드사들의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해진 결과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회원을 모집하면서 상세한 안내를 소홀히 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고객이 발생해도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신청 단계에서 관련 서류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등 고객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절차상 오류가 있으면 회사에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회사가 명백히 맞으면 민원은 기각 처리된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고객의 주장이 서로 다르면 법적 판단을 받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회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카드사들에 모집 안내 자료나 설명을 충실하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피해 민원이 자주 들어오면 평가를 통해 하위 등급을 받은 카드사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용카드#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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