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만인 무상보육, 대안은 없나]<下>영유아 부모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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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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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지나치게 복잡… 어떤 혜택 받을 수 있는지도 몰라요”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9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무상보육 정책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가 사회를 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9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무상보육 정책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가 사회를 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7일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여성 5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아일보 세종로 사옥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부모선택권, 형평성 등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지언(34) 김지원(33) 박춘란(36) 이성진(33) 전효선 씨(34) 등이 참석했으며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지언 김지원 이성진 씨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맘’이다. 》
○ “1년 전에 대기 신청”

▽사회자=정부가 무상보육정책을 의욕적으로 실시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박춘란=네 살짜리 둘째아이를 시립어린이집에 보내는데 1년 전에 미리 대기신청을 해서 겨우 보낼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다섯 살인 조카는 아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지원=나는 고소득자가 아닌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는 이유로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정상 그렇게 하고 있는데 보육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불공평하다.

▽이성진=둘째아이를 네 살 때 유치원에 보내려고 보육 포털에서 신청하려니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데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나더라.

▽전효선=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직접 키우고 있어 아직까지 혜택을 받은 게 없다. 큰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둘째가 생기면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 대기 신청을 해놨다.

▽사회자=복지정책 같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제도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제도 자체가 단순해야 한다.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전효선=거의 모르는 편이다. 정확한 금액도 모르고 있다. 조카가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알게 됐는데 정보가 거의 없다.

▽박춘란=소득별로도 다르다는데 내가 해당하는지 계산하기가 무척 복잡하다. 주민센터 직원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

○ “카드 형태로 아동수당 도입해 달라”

▽사회자=일각에선 아동수당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 가운데 아동수당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의견은….

▽김지언=아동수당을 도입하더라도 금액이 15만∼20만 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사회자=가정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이성진=나는 적극 찬성한다. 15만∼20만 원이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만 되더라도 굳이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미술 피아노 등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을 보내야 지원을 받는 건 문제다.

▽김지원=물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교육청에 등록이 된 학원이나 시설 등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게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자=이건 국가가 국민의 자율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인 듯하다.

▽김지언=
정액제로 보육 관련 카드 형태로 지원하면 아이를 위해 교육이나 병원, 육아용품 등 어떤 분야든 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자=일종의 바우처 형태를 말씀하신 듯하다. 현행 보육료 지급 방식인 ‘아이사랑카드’는 지정된 어린이집에서만 쓸 수 있지만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해 학원을 보내거나 아이 관련 용품을 사는 등 정해진 범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자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박춘란=사실 엄마들 마음은 친정어머니처럼 아이를 봐줄 분이 있다면 믿고 맡기는 식으로 양육은 집에서 하고, 교육은 문화센터나 미술학원 등을 선택해서 하고 싶다.

○ “눈 감고 귀 닫고 맡길 수밖에 없어요”

▽사회자=아이가 다니는 보육시설의 서비스에 대해선 만족하나.

▽박춘란=되도록 믿고 맡기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어린이집은 토요일에도 아이를 보낼 수 있는데 어린이집 원장님이 싫어하는 내색을 보여 차마 보내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그냥 눈 감고, 귀 닫고 보낼 수밖에 없다.

▽사회자=아동보육지원제도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지원되는 수준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아 아쉽다. 현행 보육정책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전효선=보육지원제도가 아이에게 맞게 특성화되었으면 한다.

▽김지언=사실 제가 최대 수혜를 받고 있지만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세금 폭탄이라도 맞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성진=보편적 복지 등 말은 많이 듣긴 하는데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서 혜택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

▽박춘란=소득수준별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평범한 직장인은 월급이 고스란히 드러나 혜택을 못 받고 자영업자는 세금을 감춰서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는 소득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지원해야 한다.

▽사회자=국가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신뢰가 있어야 국민들이 그 정책을 보고 생활패턴을 정할 수 있다. 지금의 보육료 지원 정책을 면밀히 조사해 과학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무상보육#영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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