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2만4701원에 판매 ‘크리니크 C파우더’가 5만7000원… 같은 화장품, 한국선 최대 2.3배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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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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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국 백화점 가격 비교

지난달 여름휴가 때 미국여행을 떠났던 회사원 장모 씨(27·여)는 현지에서 화장품만 40만 원어치를 사가지고 왔다. 미국 브랜드뿐 아니라 유럽산 고가(高價) 화장품이 한국보다 훨씬 쌌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일부 고가 화장품은 미국, 유럽에서 한국의 절반 값에 살 수 있다”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외국에 나갈 때 딴 건 몰라도 화장품만은 꼭 사와야 한다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매장에서 팔리는 수입 화장품 가격이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WCA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국내백화점 매출 상위 10개 수입 브랜드의 4개 품목(에센스, 아이크림, 콤팩트 파운데이션, 립스틱), 36개 제품의 백화점 가격을 주요 선진국에서 팔리는 가격과 비교해 13일 발표했다.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일본 등 8개국 백화점에서 동시에 판매되고 있는 18개 제품의 평균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9만7000원으로 8개국 중 일본(12만9556원), 호주(10만1853원)에 이어 3번째로 가격이 비쌌다.

또 각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가격을 환산하면 한국의 수입 화장품 값은 8개국 중 제일 비쌌다. 한국에서 1만 원을 주고 사는 수입 화장품을 호주에서는 4640원, 프랑스에서는 5850원, 영국에서는 5880원이면 살 수 있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한국의 수입 화장품 가격은 일본(7090원)에 비해서도 29.1% 비쌌다.

인터넷 쇼핑몰, 면세점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였다. 백화점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수입 화장품 가격은 호주보다 58.0%, 일본보다는 59.4% 비쌌다. 또 한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4개국 면세점의 수입 화장품 가격 비교에서도 한국은 외국 면세점보다 22∼43%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가격과 국내 백화점 가격 역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브랜드인 ‘크리니크’의 ‘더마 화이트 브라이트 C파우더’는 미국에서 2만4701원인데 비해 한국에서는 미국 현지 가격의 2.3배인 5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는 미국에서 9만4099원, 한국에서는 15만5000원에 팔려 국내 가격이 현지의 1.65배 수준이었다.

서울YWCA는 국내 수입화장품 가격이 비싼 것이 독점수입권을 갖고 있는 국내 수입업체들이 수입단가에 비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민아 서울YWCA 소비자환경부장은 “올 7월 국내에 들어온 립스틱의 수입단가는 4673원인데, 이 립스틱의 국내 백화점 평균 소비자가격은 3만6714원으로 7.9배였다”며 “수입업체들이 독점력을 무기로 너무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YWCA가 조사한 소비자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7%는 ‘수입화장품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 수입화장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입 판매독점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34.2%)이 많았다.

이날 발표에 대해 수입화장품 회사들은 “수입원가와 국가별 판매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한 셈법”이라고 반발했다. 한 수입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한국 백화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각종 수수료 등 유통 비용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입화장품 가격비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설한 소비자정보 종합 사이트인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수입화장품#가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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