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졸과 동등한 대우… 이런 금융회사들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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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입사 2년뒤 정년보장 기회… 전환비율 90%
산업은행, 대학등록금 지원… 대졸과 똑같은 승진기회
NH농협,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 고졸직원 적극육성

상당수 금융회사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졸 출신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회사들은 고졸자를 적극 육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과 NH농협은행은 다양한 고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 계약직 창구 텔러 20명을 고졸자로 뽑으며 고졸 채용을 선도했던 기업은행은 창구 텔러의 경우 고졸자와 대졸자의 처우와 복리후생을 같게 해 놓았다. 특히 계약직 근무 기간이 2년을 넘기면 정년(만 59세)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도 약 90%에 이른다.

무기계약직 직원 가운데 성과와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책임자 시험에만 합격하면 과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어 ‘일반계약직→무기계약직→정규직→승진’의 경력 개발 시스템을 모두 갖췄다. 계약직 직원도 노력만 하면 정규직 직원과 똑같이 승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총 506명의 창구 텔러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고졸자도 이 코스를 그대로 밟을 수 있다. 이 밖에 우수한 여성 부·지점장이나 과장을 고졸 사원의 ‘일대일 인생멘토’로 지정해 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고졸 사원이 야간대학에 진학하면 학자금도 지원해 준다.

지난해 7월 입행해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지점에서 근무 중인 김미선 씨(19·여)는 “고졸자를 구별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전혀 없어 내가 고졸자라는 걸 못 느끼고 일할 정도”라며 “대졸 행원 못지않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정규직으로 고졸 행원을 뽑고 있다. 고졸 행원들이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졸 신입행원과 동일한 승진코스를 밟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는 졸업 예정자를 5월에 미리 채용해 입행 전부터 금융캠프, 사이버연수, 멘토링 등 다양한 사전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졸자에게도 대졸자와 똑같은 교육 기회와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고졸자들에게 ‘디테일한 교육’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업무나 조직생활 적응 훈련은 물론 직장생활 기본기, 비즈니스 매너, 화장법 등에 대한 교육까지 고졸자 연수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회사에 오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많다”며 “고졸 채용도 이제 시작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기업은행#산업은행#NH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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